돈줄 막힌 영끌족 떠나자…모래시계된 서울 아파트 거래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9월 02일, 오후 06:57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9억원에서 15억원대 사이인 중간 가격대 거래가 줄고, 초고가나 저가 위주로 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6·27 대출규제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 이하로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인 3억~9억원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들 위주로 초고가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지속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초양극화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2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통해 받은 서울시 아파트 금액대별 거래비중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7월 기준 가장 높은 거래 비중을 차지하던 금액대 구간인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가 29%를 차지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이 구간의 거래 비중은 6월엔 34%대, 지난 5월엔 33%로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30%대를 유지해왔다.

이어 15억원 초과 20억원 이하 금액대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도 전월 15%에서 지난 7월 10%로 줄었다.

반면 비교적 저가에 속하는 금액대의 거래 비중은 늘고 있다.

3억원 초과에서 6억원 이하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6월 12%에서 7월 18%로 늘었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의 아파트 거래도 같은 기간 23%에서 25%로 늘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도 늘고 있단 점이다. 지난 6월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5%를 차지하던 30억 초과 아파트 거래는 7월 7%로 늘었다.

대출 규제에도 초고가 아파트를 찾는 발길은 꾸준히 늘며 초고가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도 6·27 규제 발표 이후 오히려 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가격 상위 20%의 아파트들의 평균 매매가격은 32억 1348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2억원을 돌파했다.

중간 가격대 거래 비중은 줄고 초고가와 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양상은 모래시계 현상으로, 중간 금액대 거래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던 일명 ‘30대 영끌족’이 부동산 시장을 떠나면서다” “이들이 최근 부동산보단 주식, 코인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가능한 금액대인 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까지는 이 같은 초양극화 거래 현상이 지속할 전망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중간 가격대 수요는 점차 다시 발길을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양극화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자금 접근성 차이가 직접적 원인인데, 중저가 구간은 LTV·DSR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거래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향후 단기적으로는 규제 강도가 지속되면 중간 가격대 거래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과 내후년 공급 공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기대감 등으로 중간 가격대 매수 수요가 재유입되면 양극화가 점차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투자는 위축, 실수요 중심의 저가 구간은 방어력을 유지하고 초고가 시장은 제한적이지만 꾸준한 수요 속에서 선택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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