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린 제4차 주택 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는 망원동 416-53일대에 대한 재자문을 결정했다. 지역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적정 구역계에 대해 재검토 후 자문을 받으라는 것이다.
앞서 2023년 11월 서울시는 제6차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마포구 망원동 416-53일대 7만6258㎡을 지정했다. 2021년 신통기획 도입 이후 매년 도전해 3수 만에 선정됐다. 해당 지역은 ‘망리단길’의 서쪽 지역으로 망원시장에서 망원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한가운데 있다. 당시 주민 찬성율 68%로 신통기획이 추진됐으나 일부 주민들과 상인들의 반발로 현재 재개발 사업 추진은 멈춘 상황이다.
신통기획 재검토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 28일 찾은 망리단길은 평일 점심임에도 청년층의 방문으로 붐비고 있었다. 상권 특성상 한 대로변에 유명 가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닌 골목골목마다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빵집, 카페, 소품샵, 가챠샵, 무인사진관 공방, 책방 등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인 방문객들 사이로 곳곳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인들은 서울시의 재검토 결정에 안심을 하다가도 여전히 후보지 철회가 되지 않고 있는 점에 불안감을 표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모씨는 “망리단길의 감성을 좋아하는 내국인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곳을 재개발 한다면 관광 상품을 놓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즉각 후보지 철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움직임에 대응해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낼 계획이다. 공대위 공동대표인 한예원 교양인 출판사 대표는 “망리단길은 큰 대로변이 핵심이 아닌 골목골목마다 있는 상점들이 곧 상권이다. 그런데 이곳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모두 떠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서울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려는 정책을 규탄하며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구역 내 한 가정집의 모습.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 임시 방편으로 접착 시트를 붙여 놨다. (사진=김형환 기자)
아기자기한 상점들 사이사이 노후화된 주택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맨숀’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후 주택들은 세월을 보여주듯 외벽이 빛에 바래고 곳곳에 균열이 남아 있었다. 전선 등은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난잡하게 이곳 저곳 엉켜있기도 했다. 한 노후 주택은 노후화 정도가 심각해 정화조 붕괴 우려로 마당에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주택 노후화가 너무나 심각해 더이상 살아가길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14년째 망원동에 거주하고 있는 하사진(79)씨는 35년이 지나 노후화된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도 했다. 천장에는 낡은 파이프 탓에 물이 샌 자국이 곳곳에 있었고 방 벽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하씨는 “장사보다 사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건물 월세로 살아가고 있는데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가 부담이 크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한 노후 빌라는 동파이프가 터져 수리비만 1000만원 가량 들었다고 한다. 파이프에서 물이 새 천장에 있던 나무 지지대가 불어터져 천장을 뚫고 나오기도 했다. 정화조가 내려 앉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반지하에서는 변기물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순분 망원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사는 게 힘든데 왜 공사를 못하게 하는지 분통이 터진다”며 “문제가 됐던 일부 지역을 조정해 다시 (신통기획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