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가상자산 업권법인 '가상자산 3법'이 의회 문턱을 넘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자, 2단계 법안을 논의 중인 한국도 제도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활발한 만큼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을 상세히 담은 '지니어스법'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美 최초 가상자산 법안 하원 통과…'지니어스법', 트럼프 서명만 남아
17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법) △가상자산 구조화 법안(클래리티법) △중앙은행 가상자산 감시 중단 법안(CBDC법)을 통과했다. 이들 모두 미국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발행사의 준비금 확보, 감사 의무 등을 규정했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을 명확히 했다. CBDC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안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미 의회는 관련 법안 논의를 위해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했지만, 지난 15일(현지시간) 본회의 상정을 위한 '절차 투표'가 부결됐다.
당시 공화당은 세 개의 법안을 각각 심의하자고 했고,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자고 주장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결에 반대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 설득해 재표결이 성사됐고 본회의 심의·표결까지 이뤄졌다.
지니어스법은 지난 6월 상원을 이미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앞두고 있다. 클래리티법과 CBDC법은 이제 상원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韓 2단계 입법 '속도전' 나설까…"지니어스법 벤치마킹 해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자 한국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지난해 7월부터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법안)'이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 등 시장 전반을 규율할 '2단계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스테이블코인 인가제와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기관의 감독 권한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지니어스법·클래리티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대선 공약으로 2단계 법안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상자산 업계 외에 금융·증권·산업계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과 사업 검토가 잇따르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선례 없이 법안을 만들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미국의 입법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의 가상자산법 미카(MiCA)보다 산업 진흥 내용을 잘 담았다는 점에서 미국 법안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부 역시 가상자산 정책 마련에 적극적이라 미국의 입법이 국내 제도화 논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법제화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라며 "특히 지니어스법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비금 확보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율을 상당히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준비 중인 만큼, 이번 미국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