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케데헌' 갓 쓰고 실패담 나눴다…영 CEO들의 '실패 전시회'

경제

뉴스1,

2025년 9월 05일, 오후 05:41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청년 창업 네트워크 YCN(Young CEO Network)가 5일 서울 용산시제품제작소에서 개최한 'Fail Fair'(실패전시회) 전경. © News1 이민주 기자
"뻔한 성공 케이스 대신 '어쩌다 실수했는지'를 들으려고 왔습니다. 스타트업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실패담을 듣는 게 유익합니다." 5일 서울의 용산 전자상가에 젊은 창업가들과 예비 창업자들이 모였다. '∑실패=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인 젊은 CEO들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올 법한 갓을 쓰고 네트워킹에 나섰다.

선배 창업자들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실패담에 후배들의 눈빛은 금세 짙어졌다. 두렵기만 한 실패지만 이를 밑거름으로 삼는다면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청년 창업 네트워크 YCN(Young CEO Network)은 이날 서울 용산시제품제작소에서 'Fail Fair'(실패전시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창업자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재도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는 실패의 기록은 도전이라는 의미의 '∑실패=도전'으로 삼았다.

올해는 보다 특별한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현장에는 예비, 초기 창업자와 스타트업위원회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박진우 YCN 위원장(다다익스 대표)은 "다들 작게나 크게나 매일매일 실패를 경험하고 계실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하루하루 앞으로 나간다"며 "실패의 순간에는 부끄러움과 좌절감이 따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오히려 값진 이야기가 된다. 실패에 담긴 가치를 공유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청년 창업 네트워크 YCN(Young CEO Network)가 5일 서울 용산시제품제작소에서 개최한 'Fail Fair'(실패전시회) 전경. © News1 이민주 기자

'갓' 쓰고 인증샷…양준철 대표 '실패 사례' 공유
젊은 CEO들이 모이는 행사 성격에 맞게 행사장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유사하게 꾸며졌다.

행사장 앞에는 'Who are K-CEO fail hunters?'라는 문구가 붙었고 드레스코드는 저승사자를 연상하는 '검은색'으로 삼았다.

네트워킹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어줄 포토존도 마련됐다. 포토존에는 데스벨리 극복 기원을 주제로 한 포스터가 걸렸고 행사 콘셉트에 맞게 착용할 수 있는 '갓'이 놓였다. 참석자들은 갓을 쓰고 셀카를 찍었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청년 창업 네트워크 YCN(Young CEO Network)가 5일 서울 용산시제품제작소에서 개최한 'Fail Fair'(실패전시회) 전경. © News1 이민주 기자

강연 시간은 선배 창업자가 말하는 실패를 통한 극복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자신의 다양한 실패 사례를 기반으로 창업가의 자세에 대해 조언했다.

양 대표는 "10대 때 부모님의 사업 실패부터 20대 대학, 직장에서의 실패 등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며 "첫 실패인 부모님 사업 실패를 계기로 내 인생 계획을 세웠고 대학, 직장에서의 실패는 창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한 당시에는 데미지가 컸지만 지금 다 지난 입장에서 보면 당시 받은 데미지만큼 성장을 하게 됐다"며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모든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회고, 반성과 수정이 없는 삶을 산다면 무너질 수도 있다. 실패를 (과정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기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강의에 반응도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양 대표에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실패를 겪으면서 스스로를 의심한 적은 없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쉬는 시간까지 할애해 후배들의 질의에 답했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스타트업위원회와 청년 창업 네트워크 YCN(Young CEO Network)가 5일 서울 용산시제품제작소에서 개최한 'Fail Fair'(실패전시회) 전경. © News1 이민주 기자

표어 전시도 열려…참석자들 "주제 특이해서 왔어요"
강연 이후 참석자들은 포토존에서 윤 대표와 함께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현장에 전시된 표어, 사진에 투표하기도 했다. YCN는 현장 투표를 합산해 표어·사진 공모에 대해 'Fail Fair'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장에는 '한 번에 성공하면 재미없지', '중간에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실패는 망한 게 아니라 안 멈춘 증거다', '도전은 진심, 실패는 콘텐츠, '오답이어도 내가 하면 힙해' 등의 표어가 전시됐다.

참석자들은 색다른 주제로 열린 행사를 호평하며 앞으로도 네트워킹 행사가 더 자주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박영웅 히로랩스 대표는 "뻔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특이한 '어쩌다 실수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특이해서 새로운 인사이트 얻고자 왔다"며 "스타트업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시행착오나 실패들을 미리 경험을 듣고 예상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사업 업종이나 회사가 각자 성공하는 방법이 다 다른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기 보다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를) 피해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좋았다"며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박람회 등 네트워킹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석제 벤처기업협회 센터장은 "협회가 벤처기업 인증 외에도 예비 창업자부터 초기 창업자까지 지원도 많이 하고 있다"며 "오늘도 젊은 창업가들이 많이 왔는데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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