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엎친 데 덮친 롯데카드 매각"…난이도 높아진 원매자 찾기

경제

이데일리,

2025년 9월 05일, 오후 04:35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2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지만, 최근 불거진 해킹 사고와 검찰 수사까지 겹치며 시장의 시선이 싸늘하다. 업계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동시에 “보안 사고는 실질적으로 대주주가 직접 컨트롤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방어 논리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잇따른 악재가 매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달 외부에서 침투한 웹셸공격을 받아 내부 자료 유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감독원 신고까지 지체되면서 관리 부실 논란이 겹쳤다. 이미 카드업계 최고 수준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보안 리스크가 더해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 악화로 매각 협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보안 신뢰도까지 흔들리면 원매자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로 검찰이 롯데카드 압수수색을 진행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초단기 유동화증권(ABSTB) 구조와 연계된 부분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만약 롯데카드가 이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하고도 협조했을 경우, 금융당국 제재가 불가피하다. 과징금은 물론 최악의 경우 카드 발행 업무 일부 제한까지 거론된다. 매각가와 거래 성사 여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MBK는 시장에 매각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3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했다가 성사에 실패했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2조원대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매각 주관사 UBS를 통해 국내 금융지주와 플랫폼 기업들에 티저레터를 돌렸지만 반응은 냉담하다는 평가다. KB·하나금융 등 유력 금융지주와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사 모두 인수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인수 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당국의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을 우려해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시장 일각에선 대주주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이 오히려 금융 M&A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는 실질적으로 대주주가 직접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번지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금융사 인수 자체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 관계자는 “해킹 시도를 모두 사전에 막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 개선하는지 역시 투자기업의 가치”라며 “인수 이후 롯데카드의 IT·보안 부문에 저희와 다른 주주들이 상당한 투자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MBK가 동시에 추진 중인 홈플러스 매각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새 원매자 물색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유통산업 전반의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매물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큰 탓이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매각 모두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회의론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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