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회장 "韓 축소경제 심각…코어 근육 단력할 때"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21일, 오전 06:01

[서귀포=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인구가 감소하며 축소경제에 돌입한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해법은 결국 기술 혁신이다. 몸집을 키우기보다 코어 근육을 단련할 때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간 중인 지난 18일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떻게든 축소경제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류 회장은 생산성 제고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인공지능(AI) 활성화 △지역 랜드마크 건설 △K바캉스(국내 여행)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경협 제주하계포럼은 올해로 38회째를 맞은 경제계 지식 교류의 장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경협)
◇ “2주간 韓경제 운명 달려”…기업들 풍전등화

류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앞으로 2주가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류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류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얻게 되면 ‘헤드 스타터(선두)’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줄 건 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트럼프 불확실성에 더해 국내 상법 개정 등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류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의 2차 상법 개정 추진에 대해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있으니까 우리 경제를 위해서 속도를 늦추면 안 되나”라며 “저도 자사주는 앞으로 좀 소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3%룰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여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등 범위를 더욱 확대한 2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또한 “(상법 개정안) 취지는 공감하고 기업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지금은 경제 복합위기에 놓였고 풍전등화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 기존에 있던 법안에 추가해서 계속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 개정안이) 기업에게 미치는 파장이 막대하다”며 “정부 측에 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에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진 한경협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인근식당에서 열린 ‘2025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경협)
◇ 4대그룹 회장단 복귀 기대…“내년 2월 추진”

류 회장은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한경협 회장단 가입에 대해서는 “총회가 2월인데 그때 4대 그룹 회장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해야 겠다는 건 없지만 총회 때 기업인들, 정부와 상의하면서 분위기를 보고 추진하는 게 소망”이라며 “임기가 2027년 2월에 끝나니까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운명”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서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으며 한경협 회장단 가입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4대 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다가 지난해 한경협에 다시 합류했다.

류 회장은 또 최근 전국적인 집중 호우를 언급하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여행을 많이 해야 할 텐데 불행하게도 집중호우 때문에 난리 아닌가”라며 “이재민이 많이 생겼으니 호우가 지나가면 기업들이 먼저 (이재민들을) 도우며 내수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고위급 임원부터 국내 여행을 떠나며 선례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통상 질서가 무너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는 특히 불리해졌다”면서 “이제는 양적 성장의 수준을 넘어서 내실을 다지는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내수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밖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는 ‘세제 혜택’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류 회장은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겠나”라며 “기업이 본사를 지방에 옮긴다고 하면 막강한 혜택을 줘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경협은 정부와 상의하며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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