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한국 주력 산업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에 하나둘 추월을 허용하는 실정이다. ‘최후의 보루’ 메모리 반도체마저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 주력 제조업 위기는 곧 한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최태원 회장은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후 “희망찬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별로 희망찰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중국의 제조업 실력이 점점 업그레이드 되니 한국의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점점 줄고 중국은 수출을 많이 하면서, 제3국 시장에서 모두 경쟁자로 맞게 됐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더 새로운 산업정책과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불행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저 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하는 낙관론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두고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은 자생으로 반도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중국 정부가)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밀어줘서 추격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이제는 (한국 반도체의) 거의 턱밑까지 쫓아 왔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메모리 치킨게임’을 걸어 10년 넘게 이어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강 판도를 깰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최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인공지능(AI)과 한일 협력이다. 그는 “결국 희망은 AI에 걸 수밖에 없다”며 “AI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손을 잡고 상호 데이터 교환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일본이 가진 데이터와 한국이 가진 데이터를 융합해 쓸 수 있어, 제조업 경쟁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각 기업들이) 자사주를 어떻게 쓰겠다고 생각한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자유를 가져가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이 매입한 자사주를 쌓아두지 말고 의무적으로 없애라는 게 골자다.
최 회장은 아울러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의 성공 개최 의지를 피력했다. 최 회장은 APEC 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거물들이 경주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 정상들도 참석할 게 유력하다.
최 회장은 “(숙박, 교통 등) 하드웨어는 어떻게든 맞춰낼 것”이라며 “APEC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지금부터 계획을 더 구체화해야 관련 발표도 할 수 있고 MOU 같은 계약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