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면담 요청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배드뱅크가 선순위 채권을 일괄 매입하면 공공기관이 채권을 보유해 보증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명도 소송 등 강제 퇴거 부담도 줄일 수 있어 피해자 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의·경매 등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매입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LH가 매입한 주택은 1043호에 불과해 3만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수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설립하면 설치 기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다만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다. 여당에선 전세사기 배드뱅크 사업 규모를 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미 장기 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분담해야 할 상황이라 추가 부담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당국은 캠코나 LH 등 내부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중 상당수는 대부업체 등 부실채권(NPL) 매입 기관이 선순위 채권을 보유 중인 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