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환율은 두 달 만에 1390원을 재돌파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환율은 주 초 1380원대로 상승 출발했다. 이후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발표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환율은 1396.5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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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은 전세계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최소 15% 이상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말에 가까워지면서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달러 강세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수장인 파월 의장의 거취로 인해 연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시키겠다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한국 시간으로 오는 22일 9시 30분에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7월 금리 인하 신호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파월 의장의 해임은 연준의 독립성과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파월 해임설은 달러 약세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지만, 이번주에도 이어질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위험통화인 원화 가치를 떨어트릴 가능성도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 5월 임기 만료인 파월 의장의 후임자 지명은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4분기 정도가 일반적”이라며 “지속적인 사퇴 압박으로 달러화 신뢰가 훼손되는 것은 트럼프 역시 원하는 그림이 아니므로 일단 소강상태 진입에 무게를 둔다”고 내다봤다.
오는 24일에는 미국 7월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S&P 글로벌 제조업 PMI는 미국 내 공장만을 대상으로 설문하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미국으로의 생산 전환, 주문 증가가 반영돼 확장 국면이 지지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유인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일본 선거와 유럽 통화정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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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부담은 미미하지만 경기 회복세와 제한된 교역 충격 등을 감안하면 관망을 통해 정책 효과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앞서 한은은 2분기 GDP 성장률을 지난 2월 0.8%에서 5월 0.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만약 예상치를 하회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환율은 상승세로 더욱 기울어질 수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월말까지는 환율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 전환의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환율 급등에 따른 레벨 부담,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유입, 국내 주식 외국인 순매수 등 수급 요인이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속도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국의 고용이 둔화한다면 다시 달러 약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