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김형일 김나경 기자]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SGI서울보증의 시스템 복구가 안갯속이다. 기약없는 시스템 복구로 ‘보증 공백’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보증 업무 전반이 마비된 데다 현재로선 완전히 장애를 복구할 시점조차 ‘오리무중’이어서 소비자 불편과 피해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의 서비스 장애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이날까지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서비스 이중화는 돼 있다”고 했지만 피해 범위가 넓고 실시간 백업까지는 완벽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통상 랜섬웨어 공격은 데이터 복구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다. 사실상 백업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원인은 다르지만, 과거 카카오 서비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정상화까지 꼬박 닷새(127시간 33분)가 걸린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보증 공백’이다. SGI서울보증은 궁여지책으로 ‘수기’ 조치로 대응하고 있지만 워낙 보증 상품 범위가 넓다 보니 한계가 있다. SGI서울보증의 보증 상품은 40여 개에 달하며 전국에 운영 중인 지점도 72개다. 대표적으로 보험 설계사가 지급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월급과 마찬가지인 수수료를 일시에 받지 못하고 나눠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는 수수료를 분급으로 수령하면 연봉이 감소한다”며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신입 설계사 채용을 미뤄 영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납세보증, 입찰보증 등도 아직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휴대폰 잔여 할부금을 가상계좌로 납부했는데 처리가 안 된다” “공사 대금 청구 시 필요한 ‘하자보증보험’ 증권 발행이 안 된다”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또 나라장터는 “서울보증의 전산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전자보증서 발급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SGI서울보증의 보증요청 정보 수신, 계약정보와 증권정보 송수신을 포함한 연계 서비스 일체가 대상 범위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긴급 대응을 하다 보니 완벽하게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SGI서울보증 측은 현재 전세대출 보증, 휴대폰 개통 관련 보증 등 두 상품을 우선 복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피보험자가 특정된 경우 증권 없이 업무가 가능하도록 협의한 후 보완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품은 수기 발급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보험 설계사에 대해선 일부 보험사와 협의해 ‘선지급 후보증’ 방식으로 수수료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SGI서울보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피해 신청이 없을 때까지 무기한 운영하며 신고 내용은 검토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피해 금액을 전액 보상할 방침이다.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는 “한 건의 피해도 빠짐없이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SGI서울보증의 독점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인 SGI서울보증은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내 보증보험 시장에서 약 2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 시장으로 좁히면 50%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증 업무가 독점적으로 진행돼야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관행적으로 유지해 왔다면 다른 금융기관에도 참여 기회를 열어 리스크를 분산하는 등 고객 불편을 줄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서울보증의) 업무 영역은 은행보다 넓다”며 “보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금융사는 업무 영역 등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보증을 경쟁 체제로 전환하면 민간 특성상 수익 중심의 무리한 보증 확대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사업자 수를 늘린다면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GI서울보증 주가는 장애 발생 첫날과 이튿날까지 약 7%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