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298인,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요금 인상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주주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정부 방침에 따라 억제해온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할 명분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15일)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의결돼 공포됐다.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의 범위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것과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3%룰' 도입이다.
이사가 주주의 이익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은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3%룰은 내년 7월 15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상장된 에너지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전기술, 한전KPS,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이다.
실제 이들 공기업의 재정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공시 기준, 한전의 적자는 30조 9000억 원,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4조 871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하루 이자 부담만 해도 한전은 약 120억 원, 가스공사는 47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적자는 정부 정책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침체와 물가 부담을 고려해 원가 이하의 요금 정책을 유지했고, 이에 따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급속히 누적됐다.
기존에는 정부나 공기업이 한전과 가스공사의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 방침과 같은 이사회 판단 영역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사 역시 주주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만일 일부 주주가 이사들이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의 부채 규모를 방치해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할 경우, 이사를 상대로 배임 소송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도 소액주주들이 공기업의 가격 인상 자제 정책에 대한 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법원은 주로 공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한전이 원가 미만으로 전기 요금을 책정하며 재무제표가 악화한 시기 소액 주주들은 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2심, 대법원원 모두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소송 대상에 추가되면서, 추가 판례가 누적되기 전까지는 경영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룰'의 영향도 작지 않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구조 속에서 그동안 감사위원 선임·해임은 사실상 대주주가 좌우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3%룰이 시행되면 소액주주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다.
앞으로 감사위원은 소액주주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므로, 적자 상황에서도 '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상법 개정과 관련한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며, 배임 면책 등 보완 입법 논의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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