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도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플랫폼 산업 등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는 과세 체계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세입 추계 고도화 등을 통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재정 파탄날라”…野 ‘추경’ 포함 재정준칙법 발의
15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나랏빚이 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 데 따른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법률로 명시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를 해당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정부의 재정준칙 기조와 같다. 적자성 채무는 전체 국가채무 대비 60%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다만 추경도 재정준칙을 따르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예산안 또는 추경안을 편성할 때 재정준칙 준수 여부를 평가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재정건전화 계획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다음 연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재정준칙 도입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여당은 물론 정부도 기존 재정준칙 기조를 사실상 폐기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3일 국회에 2차 추경안과 함께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 총량 효과 및 관리방안’에서 ‘재정준칙 법제화 지속 추진’ 문구를 아예 없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현재는 재정이 경기진작과 민생 안정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국면”이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번 2차 추경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 9000억원에서 111조 6000억원으로 불어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2.8%에서 -4.2%로 재정준칙 상한을 넘긴다. 국가채무도 1301조 9000억원을 돌파, 채무 비율이 49.1%까지 올라 올해 본예산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지출 옥죄고 플랫폼 과세↑…AI로 세입추계 고도화까지
상황이 이렇자 이 대통령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는 관행적으로 편성되는 예산이나 효율이 떨어지는 예산, 낭비성 예산들을 과감히 조정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다만 “민간의 기초체력도 많이 고갈된 상태라는 점에서 내년에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새는 돈은 막고, 플랫폼 등 새로운 경제에 맞는 과세 제도 도입해 세수를 확보하겠단 구상이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입추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새 정부 국가정책의 밑그림 격인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해설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국정위는 해설서를 통해 “보다 책임 있는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세입 기반 확충과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디지털 경제, 플랫폼 산업, 환경·탄소 기반 활동 등 신경제 분야에 대한 과세 기반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도 새로운 재정준칙 수립 절차에 나선다. 우선 국회 사무처와 협업해 공청회를 열어 재정준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재정준칙의 법제화 여부도 관심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0년 10월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적자 3%를 기준으로 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비율을 섞은 ‘한국형 제정준칙’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이는 법적 근거를 시행령에 둔데다 3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5년마다 수치적 한도를 재점토하도록 해 관리수지만 관리한 윤석열 정부안보다는 느슨한 재정준칙 방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이 통합재정수지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따질 땐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재정관리가 어려운 시점에 도달한 상태여서 관세 충격 현실화때 기업과 가계 연쇄 부실을 상당히 우려해야하는 처지”라며 “재정준칙 법제화든 지속가능한 재정 체계를 구축하든 타이트한 재정 운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