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네"…화장품시장 뛰어든 문구업체들, 적자만 키웠다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문구업체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진출했던 화장품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본업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신규 사업마저 부진하자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바른손이 운영하는 글로벌 K뷰티 플랫폼 ‘졸스’는 현재 전 세계 180여개국에 국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남미 지역에서 월매출 100만달러(원화 기준 14억원)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졸스는 남미지역 공략 강화를 위해 최근 칠레 유통사 ‘예뽀’와 제휴, 현지 오프라인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바른손)
온라인에 주력해온 졸스가 해외 오프라인 확장에 나선 것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바른손은 지난 2020년 3월 졸스를 인수하며 화장품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유통 사업 매출은 2020년 234억원에서 지난해 442억원으로 성장했다. 바른손 전체 매출의 65% 규모다. 하지만 바른손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2년 52억원에서 지난해 57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이뿐 아니라 인도법인을 만들어 현지 화장품 유통 사업을 추진하다 철수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국내 문구업계의 또 다른 강자 모나미도 지난 2023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적자를 보고 있다. 모나미는 지난 2023년 1월 ‘모나미코스메틱’ 법인을 설립, 화장품 생산 사업을 추진했다. 60년간의 필기구 제조사업을 통한 색조 배합 노하우를 살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및 주문자위탁생산(OEM)을 영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모나미코스메틱의 매출은 2023년 3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1년 새 크게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32억원에서 45억원으로 40.6% 확대됐다. 초기 비용 여파로 해석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화장품 ODM·OEM 사업은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데 이미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ODM·OEM 업계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선 검증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필요한데, 새로 진입하는 업체 입장에선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닝글로리도 지난 2018년 코스맥스와 손잡고 립밤, 비비크림 등의 제품을 내놨지만, 사업이 녹록지 않자 1년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화로 문구업계가 잇따라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화장품은 마케팅(얼마나 잘 판매하느냐)으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곳”이라며 “입지를 굳히기까지 초기 손실 위험을 언제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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