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영업을 종료한 홈플러스 목동점 (사진=연합뉴스)
기존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지분 포기를 선언한 만큼, 인수자는 자본 투입과 동시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매각 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내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8월 본입찰을 거쳐 9월 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당초 슈퍼와 대형마트 분리 매각도 검토했지만, 절차 지연 우려 등을 감안해 통매각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GS리테일(007070), 롯데쇼핑(023530), 이마트(139480), 한화갤러리아(452260) 등이 거론된다. 이 중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하반기 홈플러스 슈퍼 부문 매각 추진 당시 실제 제안을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 GS더프레시는 53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약 300여개)가 더해질 경우 점포 수 기준 막강한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GS리테일 측은 당시 인수 제안을 고사한 바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직영 운영 비중이 약 80%에 달해 고용 승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크고, 상품기획(MD) 등 핵심 조직이 중복되는 만큼 인력 구조조정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재도 이 같은 인수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 경영권을 확보하며 유통·식품 부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만 아워홈 인수에만 약 8700억원이 투입된 만큼, 추가 대규모 인수에 나설 수 있는 재무적 여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기존 대형마트 사업자인 이마트나 롯데쇼핑 등은 신중한 입장이다. 홈플러스 점포 중 상당수가 기존 사업자와 상권이 겹치고, 핵심 매장이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운영돼 실질 자산가치가 낮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실물 자산보다 영업권 비중이 큰 구조”라며 “점포 운영 수익성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계 유통자본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징둥(JD)닷컴은 인천·이천 지역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 내 오프라인 유통 진출을 타진 중이다.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단위 풀필먼트망을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외국계 유통사의 국내 유통업체 인수는 정부 승인과 정치적 리스크가 뒤따르는 만큼 실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시장 내 어느 후보도 아직까지 인수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자자 입장에선 매물 구조뿐 아니라 향후 회생계획안과의 정합성, 고용·부채 리스크 등 다면적 요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누가 인수할 것인가’보다 ‘이 구조로 과연 인수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더 크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통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투자자 반응에 따라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말 슈퍼 부문만 따로 매각하기 위해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지정했으나, 회생절차 돌입 이후 해당 절차는 중단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플러스의 전통 대형마트 중심 구조는 최근 유통 트렌드와 괴리가 있어 인수 매력은 크지 않다”며 “소형 슈퍼나 지역 밀착형 자산에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기업은 있겠지만, 전체 인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계 유통사는 점유율 확대를 우선시할 수 있어 변수로 떠오를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인식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