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방위 산업협력 추진…농축산·디지털 등 ‘민감 이슈’ 논의도 개시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후 05:48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정부가 16일 남은 미국 상호관세 부과 예고일(8월1일)에 앞서 대미 통상협의를 위한 ‘패키지’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주 미국 측에 제시한 전방위 한·미 산업협력에 이어 이번 주 내각 인선과 함께 농축산·디지털 분야에서 뭘 지키고 뭘 내줄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의도 시작한다.

◇ 여한구 본부장 “지금부터가 본 게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라며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미국 통상협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여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지난주 진행한 한·미 통상협의 과정에서 전방위 산업 협력을 내세운 ‘패키지’ 제안을 건넸다.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너진 자국 제조업 재건인 만큼 우리가 이를 돕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 측 제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조선 분야 협력 방안 외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미국 투자 확대와 기술 협력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 제로섬 게임을 전체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두 차례 만나 논의에 상당한 진전을 봤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탓에 죽은 카드로 여겨졌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도 계속 검토한다. 현재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을 중심으로 미국 측이 준비 중인 기초자료에 대한 분석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현재 20여 개국과 동시에 진행 중인 협상이 세세한 부문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약을 하는 방식이 아니고 큰 틀에서의 원칙적 합의 후 세부 내용에 대해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인 만큼, 우리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선의’를 보여준다는 취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비관세장벽 이슈 선별해 협상 패키지로

미국 측이 줄곧 요구해 온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 논의는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주 국회 인사청문회 시즌이 끝나면 주요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정해 협상 패키지에 담을 계획이다. 미국 측의 주된 요구는 30개월 이상에 대한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와 미국산 쌀 구입 할당 확대, 구글이 요청한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과 망 사용료 부과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상 당국 안팎에선 쌀은 지키되 소고기는 내주는 식의 조정과 함께 미국산 사과 수입 허용 등 새로운 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으로 전해진다. 한편에서는 소고기 수입 확대와 정밀지도 반출, 디지털 플랫폼법 수정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긍정 검토의 메시지가 패키지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 역시 “모든 통상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은 늘 고통스러웠지만 그 결과 우리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며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여 본부장은 이달 중 한 차례 이상 미국을 찾아 우리가 준비한 협상 패키지안을 들고 미국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 책정된 25%의 상호관세와 함께 철강(50%)·자동차(25%)에 대한 품목관세를 대폭 낮추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품목관세 부과를 피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상호관세 부과 시점에 쫓겨서도 안 된다는 협상 신중론도 잇따른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지금까지의 협상 노력에도 오히려 더 높은 관세율 부과 위협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24→25%)과 EU(20→30%), 캐나다(25→35%) 등은 오히려 미국 측이 제시한 상호관세율이 협상 전보다 더 올랐다. 더욱이 한국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여부와 별개로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품목 관세율도 함께 낮춰야 한다.

여 본부장 역시 “지금은 그 어느 나라도, 설령 협상이 끝나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며 “남은 기간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되,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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