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업? 임금근로자 전환?…재기 지원으로 다시 일어설 필요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후 03:33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A씨는 2020년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어머니의 의료사고로 대출금 3000만원을 병원비로 쓰면서 경영 기반이 무너졌고 병간호로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추가 차입까지 이어지며 채무는 1억 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폐업을 결정했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사업체 정리와 파산진행 비용도 없었다. 막막했던 A씨가 알아본 것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다. A씨는 이를 통해 심리 상담, 재무 컨설팅, 폐업 절차 지원 등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다. 상담을 통해 폐업까지의 행정 절차에서 큰 도움이 됐다. 심지어 상담 참여만으로도 최대 100만원의 수당(1차 40만원, 2차 60만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단기 취업을 통해 추가로 전직성공수당 60만원도 수령했다. 금융복지재단과 법무법인을 연계 받아 파산 신청을 통해 약 6~7개월 만에 면책 결정도 받았다

A씨는 “처음엔 폐업에 대한 자책이 컸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지금은 쉬어야 할 때’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받았다”며 “혼자였다면 파산도 못 했을 텐데 정부 지원 덕분에 폐업도 하고 마음도 추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재기 지원정책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19.7% 수준이다. 역대 최저치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생존율도 낮다. 창업 후 1년 생존율은 65%, 5년이 지나면 27%에 불과하다. 그만큼 재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상공인 재기지원 사업인 ‘희망리턴패키지’ 지원 건수 및 예산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5만283건·674억원이던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은 지난해 12만 2926건·1684억원으로 건수와 예산이 각각 2배 이상 늘어났다.

패션업체를 경영하는 40대 여성 B씨는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매출이 급감해 한 차례 폐업했던 B씨는 재창업했으나 지난해 두 곳의 거래처가 미수금을 남기고 잠적하면서 2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B씨는 소진공의 철저한 서류 심사 및 현장 실사를 거쳐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B씨는 “오히려 서류 심사가 꼼꼼하다 보니 제 사업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실패를 보전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2차 기회’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순오 스카이컨설팅 대표는 “폐업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이 재기를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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