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하반기 전략 '윤곽'…키워드 "관세·경쟁력 강화·리밸런싱"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4일, 오전 07:00

2025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 참여한 SK 경영진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을 들으며 경영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SK그룹 제공). © 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마지막으로 삼성과 LG, SK 등 4대 그룹의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가 마무리된다. 현대차그룹은 7월 넷째주에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연다. 삼성과 SK는 지난달 경영전략 회의를 마무리했고 LG는 별도 전락보고회를 개최하지 않고 기존 계획 실천에 주력하기로 했다.

4대 그룹의 올 하반기 경영전략은 △트럼프 관세 대응△경쟁력 강화△리밸런싱 등 3가지로 요약된다.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는 상호관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비롯해 상품의 경쟁력 제고 및 비핵심 사업과 성장 동력 사업의 재편 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경영 밑그림 그리기…삼성·SK, 6월에, 현대차 이달 말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034730)·현대차(005380)·LG(003550) 등 4대 그룹은 지난달 삼성과 SK를 시작으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여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먼저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17~19일 사흘 간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했고, SK는 지난달 13~14일 최태원 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계열사 주요 경영진들이 총출동해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했다.

현대차·기아(000270)는 이달 말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연다. 현대차·기아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중동 △아시아·태평양 △인도 △중국 등 권역본부를 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통상 상·하반기 한 차례씩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었으나. 관세 등 통상 환경 급변에 따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면서 최근 수시로 회의를 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 사장과 송호성 사장이 주재한다.

LG는 기존에 구광모 회장 주재로 매년 상반기 실시하던 계열사 전략보고회를 올해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 세운 중장기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는 데 주력하자는 취지다.

첫번째 화두 '美 상호관세'…현지 생산·생산지 다변화 모색
최대 현안은 미국의 상호관세 대응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초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기본 10% 관세만 부과 후 유예했지만, 최근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통보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5%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멕시코에 가전과 TV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국내와 베트남 등에서도 상당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베트남에는 20%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양사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유연하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관세 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담은 '플레이북'을 작성해 준비해 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각각 세탁기, 세탁·건조기 공장을 두고 있는데, 현지 생산 물량을 확대하거나 유휴 부지에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권역본부장 회의의 주요 의제도 관세다. 현대차의 최대 시장인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적용 전 선적 물량을 늘려 현지 재고를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 내 생산량도 확대했다.

하지만 관세 시행 약 3개월이 지나면서 재고 소진 등으로 관세 대응력이 약화해 하반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밖에 유럽과 인도 등 국내외 주요 시장변화 등도 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제품 경쟁력 확보, 비핵심 자산 정리·성장동력 확보 '사활'
서비스와 제품 경쟁력 확보도 과제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경쟁력 회복이 화두다. 삼성전자는 1992년 처음 세계 D램 시장 1위에 오른 후 굳건히 자리를 지켰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 뒤처지면서 올해 1분기는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설계를 변경한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AMD·브로드컴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HMB3E 12단 엔비디아 공급과 6세대 HBM(HBM4)의 성공적인 연말 양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 경영진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SKT(017670) 유심(USIM) 해킹 사태로 하락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SK 경영진은 "신뢰받는 SK를 위한 재도약의 출발점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 사회의 신뢰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SK는 중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위해 중복사업 재편, 우량자산 내재화, 미래성장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 재무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밸류체인,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에너지 설루션 등 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LG는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생략했지만,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일부 사업은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 4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철수하고, 핵심 성장동력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르웨이 온수 설루션 업체 'OSO'를 지난달 인수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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