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118년 만의 극한 폭염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시작됐지만, 삼성·SK·LG 등 주요 그룹 총수와 경영진들은 사실상 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을 뛰는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억만장자 여름 캠프'으로 불리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9년 만에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말 예정된 '구글 캠프'에 이 회장과 함께 초청받아 참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LG그룹 사장단은 최근 일본 혼다 본사로 총출동해 '전장 세일즈'를 벌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트럼프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CEO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고심은 깊어지고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신경 쓰는 출장"…9년 만에 선밸리 찾은 이재용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9일부터 13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휴양지에서 열리는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 중이다. 매년 비공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초청받은 인사만 참가할 수 있는데, 주로 미디어·정보기술(IT) 거물들이 모여 '억만장자 여름 캠프'로도 불린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CEO,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등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루퍼트 머독 전 폭스뉴스 회장 등도 초청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게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이 선밸리 콘퍼런스를 찾은 건 9년 만이다. 그는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는데,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는 불참했다. 이 회장은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선밸리 출장을 각별히 챙기는 이유는 이곳이 글로벌 기업 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이나 협력이 성사되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4년 선밸리에서 애플의 쿡 CEO와 회동했는데,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공조(플랙트), 디지털 헬스케어(젤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 4~5월 세 차례에 걸쳐 중국과 일본 출장길에 오르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진과 가전 사업의 경쟁 과열, 미국 관세까지 복합 위기를 마주한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직접 세일즈에 나서는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LG 제공) 2024.4.4/뉴스1
최태원, 구글 캠프 초청받아…'워케이션' 나서는 CEO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말 열리는 또 다른 글로벌 CEO 사교 모임인 '구글 캠프'에 초청받아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회장도 구글 캠프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구글 캠프는 2013년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에서 착안해 발족한 모임이다. 매년 7월 말~8월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서부 휴양지인 로코 포르테 베르두라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다. 시간과 장소 외에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영국 해리 왕자는 2019년 구글 캠프에 참여해 기후 변화 해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바 있다. 구글 캠프도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만나 사업 협력을 다지거나 공동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글로벌 공급망 및 통상 문제'가 안건으로 오를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등도 특별한 여름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수시로 경영 전략을 보고 받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국내외를 오가며 미국 관세와 공급망 해법을 찾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업 수뇌부들도 출장길에 오르거나 휴가 기간에도 세일즈를 챙기는 모습이다.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7~8일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을 이끌고 일본 혼다 본사를 찾아 '비공개 테크데이'를 열고 배터리부터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센서 등 전장 기술력을 소개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