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사법 리스크 족쇄 해제 여부가 이번 주 판가름이 난다. 재계에선 이 회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 만큼 대법원 역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낼 경우 실적 반등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 7월 17일 '운명의 날'…1·2심 모두 '무죄'

1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오는 17일 오전 11시 15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재판이 시작된 지 4년 10개월 만에 결론이 날 예정인데 재계에선 무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심과 2심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심에서 이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사법부는 이 회장의 손을 완벽히 들어줬다. 검찰의 대법원 상고 역시 무리수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법률심인 3심에서 2심의 판단이 뒤집힐 확률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만에 사법 리스크를 모두 씻어내게 된다.

삼성전자 내에선 대법원 선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이 회장의 무죄를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서초동에 묶여 있는 사이 삼성전자는 사실상 정체돼 있었다. 현재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위기가 여기서 출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을 잠정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반도체 부문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아직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고 파운드리는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3위인 중국 SMIC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반등 기회를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회장의 무죄 선고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 회장의 무죄 확정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다.

사법 리스크 해제, 이 회장 '글로벌 광폭 행보' 날개

재계에선 이 회장의 무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이 회장의 뉴삼성을 위한 동력 찾기 행보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직후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인수합병(M&A)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2조 3000억 원대, 미국 마시모(Masimo) 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젤스(Xealth)'도 인수했다.

글로벌 행보도 본격화했다. 이 회장은 현재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무죄 선고 직후인 지난 2월 4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달아 만났다. 이 회장은 중국 출장길에 비야디(BYD) 등을 방문했는데 이후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냈다. 재계에선 '이재용 세일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라며 "이 회장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삼성의 새로운 도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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