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이스크림이 부드러운 식감이 안나는 이유[1등의맛]

경제

이데일리,

2025년 7월 12일, 오전 10:00

“K푸드 어벤저스가 모였다.”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탑티어 회사들이 직접 K푸드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매번 먹는 거라 익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우리 식품의 깊고 진한 맛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김치(대상)-만두(CJ제일제당)-유산균(hy)-빵(SPC그룹)-제과(롯데웰푸드)-아이스크림(빙그레)-맥주(OB맥주)-두부(풀무원) 등 각 분야의 1등 회사가 이름을 내걸고 매주 토요일 [1등의맛]을 배달합니다. <편집자주> ⑭

[빙그레 냉동연구1팀 이충민 팀장] 폭염 특보가 계속 울린다. 밤사이 열대야가 지속되며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 속 각 가정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얼음, 우유, 생크림, 달걀 등을 섞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하고 과일을 갈아 틀 안에 넣고 얼려 먹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폭염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은 미묘하게, 우리가 구입해서 먹는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에는 생소한 용어 ‘오버런(Overrun)’에 있다. 오버런이란 아이스크림 원액에 대한 공기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가 많이 들어갈수록 아이스크림은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찬 느낌이 덜하며, 공기가 적게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은 단단하면서 시원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콘 형태의 아이스크림은 오버런이 높고, 스틱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은 오버런이 낮다.

그럼 머랭을 만드는 것처럼 아이스크림 재료를 섞은 후 세게 계속 휘저으면 가정에서도 완벽하게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스크림의 오버런은 재현해내기가 쉽지않다. 아이스크림은 배칭→균질→살균→냉각→숙성→동결→성형→충전→경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특히 얼린 상태로 섭취하는 아이스크림인만큼 동결공정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오버런은 이 동결과정에서 형성된다. 아이스크림을 ‘급속 동결’시키면서 적당량의 공기를 주입해야만 입안에서 눈 녹듯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용 냉동고에서는 완만동결만 가능하고 오버런을 주입할 수 없다. 급속동결에 의해 미세한 얼음 결정이 고르게 분포하며 사이 사이에 공기방울이 자리하는 대신, 가정용 냉동고에서 완만하게 얼린 아이스크림은 크고 거친 얼음 결정이 불규칙하고 가깝게 모여 있어 서걱거리는 식감을 지니게 된다.

메로나 생산 공정 (사진=빙그레)
오버런의 정도는 빙과, 젤라또, 셔벗 등 아이스크림의 유형과 타입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제품마다 최적의 공기함량을 지니도록 설계한다.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는 공기 함량을 줄여 매끄러우면서도 치밀한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완성시켰다. 5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투게더’는 유지방이 풍부해 부드러우면서도 가볍고 산뜻한 식감을 주기위해 공기함량을 높게 한다.

아이스크림에 ‘공기’가 적고 많음이 나쁨과 좋음을 가릴 수는 없다.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물, 유단백질, 유당, 설탕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공기는 고체 형태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물리적 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즉 공기를 주입한다는 건 아이스크림의 외형을 구성하고 고유의 질감을 살리는 중요한 방식인 것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한 손에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쥐고 다닌다. 누군가는 아이스크림의 색깔, 모양 등에 집중할 때, 공기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의 중요한 맛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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