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주주환원으로"…불붙은 '자사주 의무소각' 추진

경제

뉴스1,

2025년 7월 11일, 오후 05:58

기업거버넌스포럼이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44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News1 강수련 기자

자사주 매입 후 처분이 경영권 방어로 쓰이는 국내 현실에서는 자기주 소각 등 법안을 통해 주주환원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미발행주식'으로 인식하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거버넌스 44차 세미나에서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게 하는 방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다르지만 기업의 실질에 영향은 없기에 한국 상황에서는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사주는 실제 주식의 내재 가치보다 매입 당시 가격 차이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여부가 결정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제3자에 대한 자사주 처분에 규제가 없어 많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처분해 왔기에 자사주 매입보다 소각에 주가가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주에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이사가 전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면 충실의무 위반으로 각종 손해배상 소송 등을 당한다. 한국에서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최근 도입돼 한계가 있다.

김 본부장은 "자사주 매입 후 의무 소각하더라도 소각 전과 기업의 재무적 실질에 달라질 것이 없어 의무소각 방안도 충분히 실행이 가능하다"면서도 "이 경우,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재가치 대비 저가의 매입 행위 자체가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우진 교수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거버넌스포럼 44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대 교수도 "미국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로 통제되지만 우리나라는 충실의무가 최근 도입돼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유럽 방식의 소각 의무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럽에서는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고, 10%를 넘기면 12개월 안에 소각 또는 처분을 하도록 한다.

김 교수는 "이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과 비슷하다"며 "10% 한도가 있어 자사수를 많이 취득할 경우 취득부터 소각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 활동 자체가 극도로 위축될 수 있으며, 임직원 보상 등 합리적 목적의 자사주 취득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사주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세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매입 자사주는 글로벌 회계기준 상 미발행주식으로, 의결권과 배당권도 주어지지 않으며 자기자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세법에서 소각목적 이외의 자사주에 세금을 매기면서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자사주까지 포함해 시가총액과 주당순이익(EPS) 등을 계산해 시가총액이 과대평가 되고 주당 지표(EPS, PER) 등도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문제가 생긴다.

김 교수는 "회사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회사 돈이 나갔기 때문에 매입 순간 주주환원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자사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주당지표 계산이 되도록 하고 세법상 자사주거래 비과세, 상법상 자사주 처분 시 주주평등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소각 관련 공시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주주가치를 말하지만 소각을 반대할 때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라 말한다"며 "이는 시장의 투명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소각을 전제로 매입하도록 하고, 소각을 통한 재무적 효과와 주주가치 상승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유휴 자본 규모 및 사업 계획에 대한 환원 근거 등도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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