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비장미 어우러진 판소리…이난초의 '흥보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9월 05일, 오전 09:08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해학과 비장미가 어우러진 흥보가 완창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은 ‘완창판소리-이난초의 흥보가’를 9월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인 이난초 명창이 1998년(흥보가), 2003년(수궁가), 2009년(흥보가), 2013년(춘향가), 2019년(춘향가)에 이어 여섯 번째로 완창판소리 무대에 올라 호방한 동편제 판소리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 명창은 2020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힘 있고 분명한 소리로 동편제의 매력을 그대로 보존한 대표 명창으로 꼽힌다. 호남 예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소리를 접했고, 목포제일국악원의 김상용 사사로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동편제 5대손 강도근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며 본격적인 소리꾼의 길에 들어섰고, 성우향 명창에게는 ‘춘향가’를, 안숙선 명창에게는 ‘심청가’와 ‘적벽가’를 전수받았다.

이 명창은 남원 춘향제 판소리 명창부에서 33세에 장원을 차지하며,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자가 됐다. 200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여섯 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한 바 있으며, 지금까지 30회가 넘는 완창을 발표해왔다. 현재 남원에서 강도근동편제판소리보존회의 이사장을 맡아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흥보가’는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가 제비를 구한 공덕으로 부자가 되고, 욕심 많은 놀보는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동편제 흥보가는 익살스러운 대목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비애까지 고루 다루고 있다. 흥보가 제비를 살리고 보은을 받는 ‘제비노정기’와 놀보가 화초장을 얻어오는 길에 부르는 ‘화초장 타령’ 등은 해학적 골계미와 비장미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편제 흥보가는 기교가 적게 들어가는 대신 쭉쭉 뻗는 우렁차고 진중한 소리가 매력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보통 휘중중모리 장단으로 구성된 ‘박타는 대목’을 자진모리로 풀어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고 이태백, 임현빈이 고수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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