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옌청 최대 내륙 호수인 ‘다쭝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인 ‘루당 수상미로’. 중국 기록기고나인 대세계지니시에 등재된 중국 최대 갈대 미로로 물길 총연장은 7.86㎞에 달한다.
도심을 벗어나 남쪽으로 향하면 옌청 최대의 내륙 호수인 ‘다쭝후’(대종호·大宗湖)에 닿는다. 호수 면적은 약 26~30㎢. 남북 길이 5.5㎞, 동서 폭 6㎞의 타원형 수면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다쭝후는 국가 4A급 관광지이자 국가급 습지공원으로 지정된 생태 명소다.
호수 안에는 전통 선착장과 유람선 터미널, 산책로와 전망대, 생태체험관, 그리고 지역 특산품을 파는 상점이 자리해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 바로 ‘루당 수상미로’다. 중국 기록기관인 ‘대세계지니시’(大世界基尼斯)에 등재된 중국 최대 갈대 미로로, 총면적은 약 1.4만㎡, 물길 총연장은 7.65㎞에 달한다. 갈대와 수초가 얽혀 만든 수로망은 과거 소금 운송선이 복잡한 수로를 헤쳐 나가던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옌청 최대 내륙 호수인 ‘다쭝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인 ‘루당 수상미로’. 중국 기록기고나인 대세계지니시에 등재된 중국 최대 갈대 미로로 물길 총연장은 7.86㎞에 달한다.
수상미로를 나와 다쭝후 중앙으로 나아가면 하늘 위에서 특별한 장면이 펼쳐진다. 수십 마리 두루미 떼가 유람선을 따라 선회하며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유람선을 타야 한다.

다중후에서는 두루미가 쾌속선을 따라 비상하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순간이 특별한 이유는 두루미의 단순한 비상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 보호구 관리인이 수년간 두루미와 생활하며 먹이를 주고 습관을 길러 신뢰를 쌓은 결과다. 자연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공존을 모색하는 체험이다. 배와 두루미의 속도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물과 하늘과 생명이 하나로 겹쳐진다.

다쭝후 호수를 벗어나면 수향 고진을 본뜬 ‘둥진수이청’이 나타나는데 수로와 전통 가옥을 결합한 체류형 문화단지다. 골목 위로는 붉은 등불이 줄지어 매달려 있어 축제 거리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호수를 벗어나면 수향 고진을 본뜬 ‘둥진수이청’(東晋水城)이 기다린다. 2020년 전후로 본격 개장한 테마 거리로, 수로와 전통 가옥을 결합한 체류형 문화단지다. 전체 부지 약 66만㎡에 전통 건축과 상점, 공연장이 어우러져 있다.
골목 위로는 붉은 등불이 줄지어 매달려 있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축제의 거리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상점에는 대나무 바구니, 도자기, 연등 모양의 조명과 기념품이 진열돼 있고 무대에선 전통 차 문화 공연이 이어진다. 밤이면 등불이 켜지며 호수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옌청 동진수이청에 세워진 소금 증류 장인 동상.
거리 곳곳에는 소규모 숙박과 음식점이 있어 관광객은 머물며 상업의 정취를 체험할 수 있다. 수로에 비친 가옥 그림자와 버드나무 숲길이 소주나 항주의 수향 고진을 떠올리게 하지만 소금길의 역사로 성장한 옌청만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동진수이청의 수로에 비친 가옥 그림자와 버드나무 숲길이 소주나 항주의 수향 고진을 떠올리게 하지만 소금길의 역사로 성장한 옌청만의 리듬이 깃들어 있다.
다쭝후 일대를 지나면 ‘송씨종사’(宋氏宗祠)가 있다. 명·청대에 건립된 전통 종사로, 옌당청 일대에서 관직과 학문으로 이름을 알린 송씨 가문을 기린다. 중심 전당에는 현판이 걸려 있고, 내부에는 목조 장식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오늘날 송씨 종사는 제향 공간을 넘어 교육의 장으로 쓰인다. 전통 예절 체험과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청소년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한다. 옌청이 단순히 소금과 습지의 도시가 아니라, 유교적 학문과 정신의 뿌리를 간직한 곳임을 보여주는 장소다.

송씨종사는 명·청대에 건립된 전통 종사로, 옌당청 일대에서 관직과 학문으로 이름을 알린 송씨 가문을 기린다.
◇옌청의 또 다른 상징, 천년의 지주 ‘해춘헌탑’
옌청의 또 다른 상징은 하이춘쉬안타(海春軒塔)이다. 위치는 옌청시 둥타이 서계 고진. 당나라 정관 연간(627~649년)에 처음 세워져 명나라 가정 2년(1523)에 중건됐다. 현존 탑은 높이 약 20.8m, 7층 8각 벽돌 밀첨탑이다. 내부는 중공 구조로 계단은 없다.
옛날 소금 배가 드나들던 길목에 세워져 ‘당하이션전’(定海神針), 바다를 진정시키는 바늘이라 불렸다. 풍수적으로도 도시 기운을 잡아주는 축으로 여겨졌다. 2013년에는 국가급 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됐다. 오늘날에는 ‘하이춘타공원’으로 정비돼 시민의 산책로이자 야경 명소로 사랑받는다. 천년 세월을 버텨온 이 탑은 옌청이 소금의 도시에서 신앙과 문화의 중심으로 발전한 과정을 압축해 보여준다.

옌청의 또 다른 상징은 하이춘쉬안타(海春軒塔). 옛날 소금 배가 드나들던 길목에 세워져 ‘당하이션전’(定海神針), 바다를 진정시키는 바늘이라 불렸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옌청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옌청을 찾을 이유다. 상하이나 난징 같은 대도시의 화려함 뒤에서 옌청은 소금의 역사와 습지의 생명, 문화의 흔적을 온전히 간직한 채 기다린다. 아직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짚어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이름 ‘옌청’. 그러나 바로 그런 도시가 여행자의 마음을 가장 깊이 흔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