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위기론 꺼낸 최휘영 장관 “낡은 ‘영비법’ 바꾸겠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9월 05일, 오전 06:46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휘영(6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컬처가 지속 가능하려면 “낡은 틀(법·제도)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기회가 온 것은 맞지만 지금이 정점이라는 회의론의 목소리가 현장에 넘친다”며 취임 한 달간 문화예술계 현장을 둘러본 분위기를 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취임 한 달 계기에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체부 정책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제공).
최 장관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영화 산업의 위기를 꼽았다. 그는 “올해 국내에서 제작되는 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영화가 20편도 안 된다고 한다”면서 “투자가 멈춰 영화 제작 현장에 돈이 말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해에 20편이 안 되는 제작 편수라면 영화업계의 직업군들이 상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며 “영화인들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화계 투자 공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창동 감독 신작을 들었다. 최 장관은 “이 감독이 중예산 영화를 준비하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제작비 일부를 받았지만, 나머지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지원금을 반납했다”며 “결국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글로벌 확산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해 창작자가 어쩔 수 없이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실은 심각하다”며 “제작자가 해외 글로벌 OTT 외에도 다른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유통망과 투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화 업계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장관은 “과거의 법이라 현재조차 못 쫓아 오는 규정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영비법이다. 극장 상영만 ‘영화’로 보는 낡은 이분법을 고치겠다”며 영비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문체부는 단기적으로 ‘영상물’ 정의 수정 등 가능한 조항부터 손보고, 관련 하위 규정까지 일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기업들과의 공동제작도 도움이 된다면 열린 자세로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해외 공동제작의 경우 지원 예산은 0원이다. 최 장관은 “꼭 ‘메이드 인 코리아’만이 아니라 ‘메이드 위드 코리아’도 우리의 기회”라며 “제작 과정에 한국 창작자가 참여하고,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것 역시 K컬처 확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위드 코리아’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직 내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영비법 개정도 있고 법과 제도의 틀을 바꾸면 조직의 변화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해외 조직과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K컬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문화재정이 확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화재정은 올해 8조8000억원에서 내년 9조6000억원으로 9.2% 늘었지만, 전체 정부 지출 대비 비중은 1.31%에서 1.32%로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최 장관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문화재정 비율이 여전히 중하위권에 불과하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도 개편과 문화 재정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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