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비상계엄 사태

황정은 작가. (사진=창비)
그러나 간결한 제목과 달리 그 속에 담은 내용은 매우 깊다. 작가는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4개월간 계속됐던 격랑의 시간 속에서 겪은 매일의 삶을 기록했다.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글로 써온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는 작가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었다. 계엄 선포 당일 국회 앞으로 달려갔던 작가는 이후 평소대로 글을 쓰며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온 온갖 뉴스 속에서 평정심을 찾지 못한다. 답답한 마음에 나온 광장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절망의 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광장을 가득 채운 평범한 이들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대한 책이 여러 권 나왔지만, ‘작은 일기’는 이를 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새롭다. 황 작가는 “지난 겨울과 봄은 나름 삶을 가꾸며 살아도 권한을 가진 몇 사람이 작정한다면 도리 없이 휩쓸리고 뒤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 내가 그것이라는 걸 실감한 국면이자 계절이었다”며 “나는 작아서 자주 무력했지만 다른 작음들 곁에서 작음의 위대함을 넘치게 경험한 날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기를 잘라 세상에 내보내는 데 동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기하·노희경 등 이메일로 섭외한 사연

이슬아 작가. (사진=이야기장수ⓒ이훤)
작가는 이메일을 쓸 때 꼭 필요한 18개의 비기(秘技)를 소개한다. 인기 많은 사람을 섭외하는 방법, 자신이 가진 것이 별로 없을 때 이메일로 원하는 바를 이루는 법, 자신이 원하는 원고료·섭외료 등을 이끌어내는 법,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메일 쓰기의 ‘노하우’가 가득하다. 작가가 일면식도 없던 가수 장기하를 인터뷰하기 위해 보낸 메일과 이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도다.
처음엔 자기계발서처럼 읽히지만, 중반 이후를 넘어가면 그동안 이메일로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온 작가의 삶이 곳곳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0대 시절 무작정 노희경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카페에서 만난 사연, 대학에서 만난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의 오랜 인연 등은 훈훈하다. 이메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출판 편집자들과의 이야기에선 출판계에 대한 깊은 애정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