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없는 날도 문 활짝…GS아트센터는 365일 놀이터"[만났습니다]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전 05:3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GS아트센터가 365일 관객을 위한 놀이터가 되겠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박선희(50) GS문화재단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공연장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관객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GS문화재단은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의 1211석 규모의 대극장 GS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부터 22년간 해외 최신 공연을 국내에 소개해온 LG아트센터가 있었던 곳이다. LG아트센터가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던 공연장을 리모델링해서 지난 4월 27일 다시 문을 열었다.

박 대표가 내세운 GS아트센터의 모토는 ‘경계 없는 극장, 경계 없는 관객’이다. 개관 이후 2개월간 진행한 개관 페스티벌은 이런 색깔이 잘 드러났다. 대표 기획 시리즈로 선보인 ‘예술가들’은 세계적인 예술가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 시각예술가 겸 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 예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국내 관객도 경험하게 했다.

앞으로 GS아트센터는 상반기는 기획 공연, 하반기는 대관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반기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대관 공연도 GS아트센터만의 색깔과 무관하지 않다”며 “기획공연, 대관공연 모두 GS아트센터만의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조성진 등을 발굴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현 금호문화재단) 출신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심포니)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나의 관심은 늘 ‘관객’이었다”며 “GS아트센터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계속해서 발굴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2개월간 진행한 GS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이 끝났다. 페스티벌을 어떻게 평가하나.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에게 낯선 공연이 많아서 재미있게 봐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다행히 공연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상당수가 “흥미롭고 새롭다”고 하더라. ‘인생 공연’을 봤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계 없는 극장, 경계 없는 관객’의 요람이 되겠다는 GS아트센터의 모토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GS문화재단이 지난해 8월 출범했으니 7개월 만에 GS아트센터를 개관했다.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표로 출근을 했는데, 그 당시 직원이 3명에 불과했다. 올해 3월까지 17명으로 조직을 확대, 정비하면서 공연장 개관을 동시에 준비했다. 촉박한 일정이다 보니 개관 페스티벌 홍보나 프로모션을 계획대로 하지 못한 것도 있다. 내년엔 더 확실하게 준비해 기획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GS문화재단의 대표직을 수락한 이유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일할 때 나의 시선은 클래식 영재들을 향해 있었다. 이들이 빨리 성장해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관객’이었다. 국립심포니 대표를 맡은 뒤 관객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3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예술단체의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면 국립심포니만의 관객층을 키워야 했다. 자연스럽게 공연장과 공연에서 중요한 건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GS문화재단은 이런 생각을 현실로 펼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GS아트센터의 모토를 ‘경계 없는 예술, 경계 없는 관객’으로 정한 이유는?

△GS아트센터를 LG아트센터와 비교하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할 텐데, 어떻게 하면 GS아트센터 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했다. LG아트센터가 2000년대 초반에 한 것처럼 ‘좋은 공연’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공연장의 브랜딩을 구축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했다.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지금의 국내 공연계의 역량과 수준은 2000년대 초반보다 훨씬 높다. ‘좋은 공연’을 관객에 제공하는 건 모든 공연장의 ‘디폴트’다. 관객에게 공연 관람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함축한 것이 ‘경계 없는 예술, 경계 없는 관객’이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공연장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꼭 공연이 있는 날이 아니라도 1년 365일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오는 곳이 되는 거다. 공연장 로비에서 그냥 쉬다 가도 되고, 로비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미디어아트 작품을 즐기며 새로운 예술 체험을 해도 된다. 꼭 공연장에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로비 음악회, 강연 프로그램 등으로 관객과 끊임없이 만나고자 한다. 외부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7월 중으로 준비하고 있는 로비 음악회는 유니버설뮤직과 함께하는 재즈 공연을 구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력도 추진하려 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론 뮤익’ 전시가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는데, 새로운 관객을 찾는 GS아트센터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개관 페스티벌은 참신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너무 실험적이고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다. 수익적인 측면은 어땠나.

△공연장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GS문화재단의 사업은 ‘영리사업’이 아니다. GS문화재단은 공연예술을 위한 사회적인 책임이 중요하다. 개관 페스티벌의 티켓 매출이나 객석 점유율에선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공익재단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다. 민간 기획사가 공연했다면 100% 손해였을 공연을 GS문화재단이 선보여 90% 손실만 냈다면 나머지 10%는 공연계를 위한 보이지 않는 투자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예술가들’ 시리즈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올해보다 1명 더 많은 3명의 예술가를 소개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못지않게 새로운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의 예술은 장르와 경계를 넘어선 다채로운 ‘연합전선’을 구성하고 있다. GS아트센터 또한 이런 연합전선에 동참할 것이다.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박 대표는…

△1975년생 △전남대 화학과 학사 △서울시립대 경영학 석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음악분야 전담심의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정책지원 소위원회 위원 △이데일리 문화대상 클래식부문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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