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나영 인턴 기자) 오래도록 주목 받는 고전으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소개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괴테는 1749년 프랑크푸르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황실 고문관 아버지와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찍이 교양과 예술을 풍부하게 접했다. 그가 20대이던 1774년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유럽 전역에 일약 명성을 펼치며 생전에 이미 작가로 인기를 누렸다.
'파우스트'는 청년기에 집필을 시작해 58살에 1부를 완성하고, 생을 마치기 직전인 83살에 2부를 완성한 역작. 60년에 걸쳐 완성한 만큼 12,111행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희곡이며 인류사를 아우르는 신화와 철학 사상, 문학적 양식이 담겨 있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과 하버트 클래식에 선정되고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 노벨연구소 최고의 책 100선에 이름을 올린 고전.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외젠 들라크루아 그림|안인희 옮김|현대지성
모든 학문을 섭렵했지만 정작 진리에 닿을 수 없다는 괴로움으로 자살을 고민하던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찾아온다. 파우스트는 젊은이로 다시 태어나 평생 악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죽음 이후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 한다. ▶"하늘에서는 더없이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 땅에서의 지고의 쾌락을 원하니, 그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줄 것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요컨대 파우스트는 그 양자의 마음을 동시에 원하다가 악마와 계약을 맺게 된 것.
1부에서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 그레첸을 욕망하다가 아이를 낳게 하고 그레첸의 어머니와 오빠를 살해한다. 오랜 망각의 잠에서 깨어난 2부의 파우스트는 고대의 미인 헬레네와 결혼하지만 1부에서처럼 아들이 죽고 사랑은 실패한다. 현재로 돌아온 파우스트는 황제로부터 받은 간척지의 개간을 시도하다가 선한 노부부를 죽음의 불길에 휩싸이게 한다. 그때 나타난 근심의 마녀는 파우스트의 눈을 멀게 한다. 어떤 쾌락을 맛보더라도 만족할 수 없었던 파우스트가 "멈춰라, 너 참 아름답구나!"를 외치고 영혼이 악마에게 넘어가려던 순간, 천사들이 내려와 그의 영혼을 구제한다.
말미에 다시 등장하는 인물은 뜻밖에 1부의 여인 그레첸과 성모 마리아다. 죄 많은 파우스트는 "영원한 여성은 우리를 높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문장과 함께 구원 받는다. 악과 결합한 뒤 욕망으로 질주하며 쌓아온 무수한 업보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구원받을 만한 인간인가. 뒤따르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언제나 열망하여 노력하는 자, 그 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노라. 그에겐 천상으로부터 사랑의 은총이 내려졌으니, 축복 받은 무리가 그를 진심으로 환영하게 되리라" 저질러왔던 무수한 오류를 염두에 두고 더 높은 경지를 향해 순수해지고자 한다면, 은총은 불가능하지 않다.
한편 구원을 가능케 한 것은 초월적인 사랑의 힘이기도 하다. 괴테는 '영원한 여성, 영원한 여성성이라는 표현에 기대 무한한 영원성과 용서, 은총과 자비를 포괄하는 종교적 지평을 한편에 놓아 두었다. 파우스트가 악행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구원 받아 마땅한지, 구원을 위해 동원된 '여성'의 표현은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 오래도록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파우스트'를 분석했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인물의 '자기실현'이 완전하지 못했다며, “파우스트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며, 파우스트가 진정한 자아로 재탄생하려면 다시 죽고 살아나기를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괴테가 "인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의지와 절망, 회의와 신앙의 양극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내면의 드라마를 펼쳐 놓는 장엄한 작품으로 오래도록 남은 고전.
사진=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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