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구배 제71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 우승한 김민수.(사진=삼양인터내셔날 제공)
김영창(1966~1968년), 김주헌(1977·1978년), 김병훈(1979·1980년), 김종명(1996·1997년), 윤성호(2015·2016년)에 이어 대회 역대 6번째로 2연패를 달성했다. 윤성호 이후 9년 만에 이룬 쾌거다.
김민수는 지난해 한국아마추어 골프선수권과 최등규배 매경 아마추어 선수권, 빛고을 중흥배 아마추어 선수권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3승을 거둬 국내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는 대만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한국·대만·일본 3개국 친선전인 네이버스 컵 개인전 준우승과 단체전 우승을 따내고,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제치고 공동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상하게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이 없었고 지난달 제32회 송암배, 제29회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주 연속 준우승을 기록하며 준우승 징크스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민수는 허정구배 2연패를 달성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수는 “오랜만에 후련한 기분을 느꼈다. 그동안 풍선같이 부풀어 올랐던 답답함이 오늘 우승으로 뻥 터진 것 같아 시원하다. 올해 국내 우승이 없었고 지난 2주 연속 준우승을 했던 터라 후련함이 더 컸고, 우승 확정 후 동료들에게 물을 맞을 때 너무 시원했다”고 소감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우승 원동력으로는 퍼트를 꼽았다. 김민수는 “3년 정도 일자형인 블레이드 퍼터를 쓰다가, 최근 퍼트가 너무 안돼서 3주 전에 헤드가 정사각형 형태인 말렛 퍼터로 바꿨다. 바꾸자마자 준우승-준우승-우승을 기록했다. 퍼트는 올해 저의 골프가 바뀐 터닝포인트”라고 밝혔다.
김민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기간에 드라이버 샷 비거리 20m를 늘려 평균 290m(320야드) 날리는 장타자로 거듭났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한달간 진행한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동안 체력 훈련에 힘쓴 결과다.
김형태 국가대표팀 감독은 김민수를 향해 ‘존 람’ 형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람처럼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는데 쇼트게임과 퍼트도 매우 섬세하다는 것이다.
김민수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하루에 무조건 5km 이상 뛰고 이후 한 시간 반 동안 체력 운동을 추가로 했다. 훈련 마지막 주에는 10km를 뛰었다. 전지훈련 때는 너무 힘들어서 골프 선수에게는 필요없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4월부터 거리가 제어되지 않을 정도로 늘었다. 덕분에 클럽, 샤프트, 헤드를 다 바꿨다. 감독님이 ‘원래 운동한 뒤 3개월 후 비거리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수는 장타를 치게 된 뒤 골프가 훨씬 유리해졌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긴 클럽을 잡을 때 저는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게 확실한 장점”이라고 밝혔다.

(사진=삼양인터내셔날 제공)
하지만 올해는 11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아 가슴을 조렸다고 한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7월 중순 머리를 깎은 뒤 블루원배 3위, 송암배 준우승, 최등규배 매경아마 준우승 등 다시 상승세를 타더니 허정구배 2연패까지 거머쥐었다. 마침 김민수가 머리를 깎기 직전에 매킬로이도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반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한 바 있다.
김민수는 “주위에서 ‘매킬로이도 머리 깎는데 네가 안 깎냐’는 말을 듣긴 했다”면서 “작년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하지만 올해는 컷 탈락도 하고 (순위가 낮아) 10번 티로 나간 적도 있었다. ‘작년의 나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며 작년과 비교를 많이 했고 골프가 안 풀려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돌아봤다.
“작년의 나를 이기는 게 과제였다”는 김민수는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았고 제가 해야 할 일은 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및 3개 투어 공동 주관 신한동해오픈에 스폰서 추천 자격으로 출전하는 김민수는 “올해 한국오픈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한 만큼 신한동해오픈에서는 ‘톱3’를 노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민수는 올해 신한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또 김민수는 “내년 허정구배 3연패에도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허정구배에서 3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1966년부터 1968년까지 정상에 오른 김영창이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김민수는 “아마추어로 가장 중요한 건 겸손함이다. 골프가 잘되다 보면 겸손함이 없어지는데 그러지 않도록 가장 신경쓰고 있다. 후배 선수들에게 ‘김민수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하고 인성이 발라야 하다”고 강조한 뒤 “프로가 된 뒤 목표는 PGA 투어에 가는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사진=삼양인터내셔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