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에릭 텐 하흐(55)가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기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쓴 이유가 있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2일(한국시간) “레버쿠젠이 지난 5월 사비 알론소의 후임으로 텐 하흐를 선임했지만 불과 세 경기 만에 계약을 끊었다. 구단은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텐 하흐는 ‘구단이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레버쿠젠은 올 시즌 개막 직후, 단 세 경기 만에 텐 하흐 감독을 경질했다. 경질 직후 텐 하흐 감독은 구단의 신뢰 부족에 대해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구단의 공식 발표와 영국 주요 매체에 따르면 레버쿠젠은 지난 5월 사비 알론소의 후임으로 텐 하흐를 선임했지만, 기대와 달리 3경기 만에 전격 계약을 해지했다.
이례적인 경질에 대해서 구단은 "필요한 조치였다"며 해명을 내놨지만, 텐 하흐는 "구단이 나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텐 하흐 체제 초반 레버쿠젠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개막전이었던 호펜하임과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배했고, 브레멘전에서는 수적 우위에도 결국 3-3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DFB 포칼 1라운드에선 하부리그 팀을 4-0으로 완파했지만, 그것만으로 신뢰를 되찾지는 못했다.
구단 CEO인 페르난도 카로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팀이 더 큰 위기에 빠지기 전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텐 하흐는 매니지먼트 대행사 SEG를 통해 "새 감독이 제대로 팀을 꾸리기 위해선 시간과 신뢰가 필수다. 하지만 구단은 나에게 아무런 시간도 신뢰도 주지 않았다. 나는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강하게 느꼈다. 과거 나를 끝까지 지지해준 구단들은 모두 성과를 맛봤다. 레버쿠젠엔 그 인내가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지난해까지 맨유를 지휘하던 텐 하흐 감독은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고, 이번 결정으로 분데스리가 최단명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남겼다.
한편 독일 ‘KSTA’는 지난 5일 “레버쿠젠은 브라질 전지훈련부터 이미 텐 하흐에게 충격을 받았다. 훈련의 질이 기대에 못 미쳤고, 팀 빌딩 과정에서도 열정이 부족했다.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 고개를 젓게 만드는 장면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구단 내부에선 빠르게 불신이 퍼졌다. 텐 하흐가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사전 합의와 달리 선수 영입 과정에 직접 개입하며 자신의 에이전시 소속 선수를 추천했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왔다.
결정적인 건 개막전을 앞두고 벌어진 황당한 장면이었다. 텐 하흐는 선수단 앞에서 필수적인 연설조차 하지 않았다. 라커룸이 정적에 휩싸였고, 일부 선수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도자가 아닌 ‘방관자’ 같은 태도가 선수단의 신뢰를 잃게 만든 것이다. 결국 구단 경영진은 브레멘전 결과와 상관없이 그의 거취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미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는 지휘봉을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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