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내려왔다. 손흥민(33, LAFC)이 10년 만에 팀을 떠나고 나서 또 하나의 변화 신호탄이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레비 회장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회장직을 맡아온 레비가 물러난다. 그의 재임 동안 토트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클럽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긴 여정을 정리했다.
레비가 부임하기 전 토트넘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 머물며 명문 구단의 명성이 빛바래고 있었다. 하지만 ‘레비 시대’가 열린 뒤 구단은 달라졌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그리고 2024-25시즌 유로파리그 정상까지. 비록 리그 우승과 빅이어는 없었지만, 토트넘은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인정받는 클럽으로 거듭났다.
레비의 철학은 뚜렷했다. 철저한 재정 관리와 주급 체계를 고집하며 ‘짠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협상 테이블에선 악마였다.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해리 케인까지. 세계적 스타들의 이적 때마다 레비의 ‘끝까지 버티기’ 협상술은 늘 화제를 만들었다. 상대 구단을 진땀 흘리게 만드는 협상력은 토트넘의 상징이자 팬들의 논쟁거리였다.
재정적 안정 속에서도 인프라 확장은 멈추지 않았다. 레비 체제에서 토트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축 경기장과 최첨단 훈련장을 완성했다. 아카데미와 유소년 시스템에도 투자가 이어졌다. 레비는 단순한 ‘짠돌이’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을 위한 ‘재정 설계자’였다.
여기에 지난여름, 토트넘의 얼굴이자 캡틴이던 손흥민이 MLS LAFC로 떠났다. 10년간 토트넘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캡틴 손’이 떠난 직후, 레비 회장도 물러났다. 레비는 구단을 통해 “토트넘을 세계적인 팀으로 만들 수 있어 영광이었다. 동료, 선수, 감독,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이제는 한 발 물러나 팬으로서 토트넘을 응원할 것”이라며 작별을 고했다.
토트넘은 이미 새로운 리더십 구성을 발표했다. 최근 CEO로 부임한 비나이 벤카테샴과 함께 피터 채링턴이 비상임 회장직을 맡는다. 채링턴은 “토트넘은 특별한 구단이다. 레비 회장의 헌신에 감사하며, 이제 구단은 안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손흥민, 케인, 레비. 토트넘의 상징들이 줄줄이 떠난 뒤 남은 건 불안한 미래다. 새 경영진이 레비 시대의 유산을 이어갈지, 아니면 몰락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레비의 사임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다. 25년간 이어진 ‘레비 시대’의 종말, 그리고 손흥민의 퇴장과 맞물리며 토트넘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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