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뽑아달라" 간절함도 안 통해…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지명률 36.2%

스포츠

뉴스1,

2025년 9월 05일, 오후 06:09

2025-26 V리그 여자부 드래프트에 신청한 선수들(KOVO제공)

"감독님 제발 뽑아주세요." 2025-26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의 학부모석에서 나온 절규다. 지명률 36.2%를 기록한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는 프로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의 환호에 더해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다수 선수들의 아픔과 그로 인한 배구계에 고민도 공존했다.

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5-26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58명의 참석 선수 중 수련 선수 포함 21명이 지명을 받았다.

프로 지명률은 36.2%로, 이는 역대 최저였던 2020-21시즌의 3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드래프트에선 2라운드부터 '패스'를 외치는 구단이 나와 장내가 술렁였다. 이어 3라운드에선 단 한 팀만 선수를 지명하는 등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수련선수 선정 시에도 많은 팀들이 선택을 외면해, 선수를 뽑겠다며 일어나는 구단에 박수가 쏟아질 정도였다.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모습(KOVO제공)

단순히 프로팀들이 돈을 쓰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감독들은 한목소리로 "뽑고 싶어도 뽑을 선수가 없다"며 열악한 선수층에 대해 고충을 토로한다.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해야 하는 프로팀이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선수를 뽑을 이유는 없다.

구단은 뽑을 선수가 없고, 뽑아 주지도 않는 종목에 우수한 자원들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날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 했다.

이날 학부모석에선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것을 고려해서 제발 뽑아주세요" "감독님과 단장님, 한 번만 더 뽑아주세요" 등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나왔다. 한국 배구가 안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 한 장면이다.

이후 수련선수에서 5명이 호명을 받는 등 발탁이 이어졌지만, 복잡한 배구계의 속사정을 반영하듯 드라마틱한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희진 감독은 "선수를 많이 뽑으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팀마다 사정이 있다. 우리 팀의 경우 이미 로스터가 거의 찼다. 그럼에도 좋은 선수가 있다면 뽑겠지만 아쉽게도 내 눈에는 뽑기 힘든 선수들이 남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식을 보는 듯한 입장으로서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한 팀의 감독으로서 나도 '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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