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 파퀴아오(오른쪽)가 매니 바리오스에게 오른손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AP PHOTO

매니 파퀴아오(오른쪽)가 마리오 바리오스와 강한 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AP PHOTO
세 명의 부심 중 한 명은 115-113으로 바리오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이 114-114 동점으로 채점해 무승부가 선언됐다. 파퀴아오의 챔피언 등극도 이뤄지지 않았다.
통산 8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파퀴아오는 이날 무승부로 통산 전적 63승 3무 8패(39KO)를 기록했다. 반면 바리오스는 통산 29승 2무 2패(18KO)를 기록했다. 최근 두 경기 연속 무승부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파퀴아오는 비록 타이틀을 따내진 못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바리오스와 재대결을 비롯해 향후 복싱선수로 계속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전부터 ‘매니! 매니!’를 외치는 팬들의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파퀴아오는 1라운드부터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빠른 풋워크로 바리오스를 압박했다. 전매특허인 왼손 스트레이트도 간간이 불을 뿜었다.
2라운드에서도 파퀴아오는 날카로운 원투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공략했다. 하지만 바리오스도 긴 리치를 이용한 잽으로 저항했다.
우려한대로 체력이 문제가 됐다. 파퀴아오는 3라운드부터 민첩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 사이 바리오스의 잽과 어퍼컷이 불을 뿜었다. 파퀴아오도 잽과 스트라이트로 반격을 했지만 바리오스의 정타가 더 눈에 띄었다.
파퀴아오는 6라운드부터 적극적으로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라운드 막판에는 서로 강한 펀치를 주고받으며 링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파퀴아오는 7라운드 들어 변칙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뒤 기습적인 연타로 잠시 내줬던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8라운드 중반 몸통에 주먹을 허용하면서 파퀴아오는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라운드 후반 적극적인 연타 공격을 적중시키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반 체력의 열세를 정신력과 노련함으로 만회했다. 스피드는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지만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대등한 싸움을 이어갔다. 오히려 바리오스가 파퀴아오의 투지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10라운드 이후에도 파퀴아오는 반 박자 빠른 연타 공격으로 바리오스를 압박했다. 바리오스는 계속 잽으로 반격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보이지 않았다.
판정 결과가 발표되자 파퀴아오는 웃지 못했다. 현지 중계진의 모의 채점은 파퀴아오가 2점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부심 채점 결과는 달랐다. 그래도 파퀴아오는 치열한 승부를 펼친 바리오스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필리핀 복싱의 영웅이자 아시아 역대 최고의 복서로 불리는 파퀴아오는 2021년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2022년에는 필리핀 대선에 출마했지만 아쉽게 쓴맛을 봤다.
대선 이후 필리핀 내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은 파퀴아오는 이후 링 복귀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일부에선 파퀴아오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수로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