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퍼플렉시티 AI 생성
문제는 이러한 기사들의 상당수가 공신력 낮은 외신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일부 표현만 바꿔 재생산한 추측성 보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실 확인 없이 루머 하나에 의존한 뉴스가 범람하면서, 팬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다. 인기 스타 선수의 이적은 본래 비공식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흥민의 경우 토트넘의 성적 부진과 이적 시장의 관심이 겹치면서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공식력이 낮은 매체의 추측성 기사를 인용해 다수 국내 언론이 이적 가능성을 쏟아 냈다, 정작 손흥민 본인이나 소속 에이전트에 대한 직접 취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말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보도 방식은 팬들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다.

손흥민과 알이티하드 유니폼 합성 사진.
과거에는 A매치 기간이면 상대국 전력 분석, 전술 변화, 대표팀 준비 상황 등을 다루는 분석 기사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스타 선수 개인의 루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과거에는 A매치 기간이면 상대국의 전력 분석, 전술 변화, 대표팀의 준비 상황 등을 다룬 해설형 기사가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스타 선수 개인에 대한 루머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홍명보호의 전술 변화나 주전 경쟁 상황을 깊이 있게 다룬 분석 기사가 지면을 채웠었지만, 현재는 대표팀 명단 발표조차 단신 뉴스로 간략히 처리되거나 외면받기 일쑤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언론사에만 책임지울 수는 없다. 클릭 수에 따라 기사 노출이 결정되는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 그리고 독자의 반응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기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게다가 독자들 또한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짧고 자극적인 기사에 손이 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선수와 팬, 그리고 스포츠의 미래다. 스포츠는 개인의 기록과 전술 그리고 전략 또는 팀워크라는 본질을 기반으로 이뤄지지만, 현재의 뉴스 생태계에서는 이러한 본질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 스포츠 저널리즘도 변화해야 한다. ‘누가 이적할까’라는 루머에 집중하기보다, ‘왜 이 선수가 중요한가’, ‘어떤 전술 변화가 있었는가’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사화하고, 무엇보다도 최소한의 사실 확인 없이 외신 루머를 그대로 옮기는 보도 행태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언론은 단순히 이목을 끄는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팩트를 기반으로 스포츠의 본질을 조명하는 해설자로서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자극보다 본질을, 속도보다 스포츠 경기의 이슈를 중시하는 언론 보도가 이뤄질 때 더욱 성숙된 스포츠 문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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