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우승'이 가져다준 자신감…여자축구, 中-日과 어깨 나란히

스포츠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전 11:38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대회에서 우승한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5.7.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한국 남자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로 오랜 시간 위세를 떨쳐왔다.

2026년 북중미 대회 포함,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 이는지금껏 5개 국가(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만 달성한 대업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총 12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일본이 8회, 이란 7회,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6회 출전했으니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자축구 입지는 달랐다. 주위에 워낙 강팀이 많아 기를 펴지 못한 탓이 크다. 우리를 둘러싼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까지, 아시아 여자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들과의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아직 한국 여자축구는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으니 선수들 입에서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들과 겨루며 알게 모르게 한국 여자축구의 내공도 단단해졌고그 힘이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입증됐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 정상에 섰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1승2무로 대회를 마쳤고 두 팀 이상 승점이 같을 경우 승점이 같은 팀끼리 대결에서의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정하는 규정에 따라 챔피언이 됐다. 세 팀은 골득실까지 같았고 다득점(한국 3골, 중국 2골, 일본 1골)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며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지소연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5.7.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승리한 것은 대만전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짜릿한 무승부로 끝난 1, 2차전 결과가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중국과 1차전에서 한국은 정규시간이 모두 흐를 때까지 1-2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추가시간 4분 대표팀 20년 차 지소연이 박스 외각에서 '원더골'을 터뜨리며 기사회생했다.

일본과의 2차전도 드라마였다. 한국은 후반 40분이 넘어갈 때까지 0-1로 밀리고 있었다. 그러다 막판 또 극장골이 터졌다. 이 골의 주인공은 20세 대학생 정다빈이었다.

FIFA 랭킹 7위 일본, 17위 중국 모두 높은 벽이다. 여자 한일전은 지금껏 35번 열렸는데 한국이 4승12무19패로 열세다. 2013년 한국, 2015년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연속 2-1로 승리하며 잠시 기세를 높였으나 이후 다시 무승 터널에 갇혀 있다.

중국전도 다르지 않다. 남자 축구가 24승13무2패로 압도하면서 '공한증'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냈으나 여자대표팀은 4승9무29패로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승리 역시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나 북한 역시 고수다. 지금껏 여자축구는 북한과 21번 겨뤘는데 딱 1번 이기고 4무16패, 일방적으로 밀렸다. 2005년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박은정의 골로 1-0 승리한 것이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 승리였다.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추효주가 후반 일본의 리코 요시다와 볼 경합을 하고 있다. 2025.7.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처럼 주변 국가들 때문에 늘 들러리 신세에 그치던 여자축구였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 시련을 겪으면서 우리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꺾이지 않고 점점 단단해졌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일본과의 경기는 모두 1점차 박빙이었다. 신상우호가 갓 출범했던 지난해 도쿄 친선경기에서 0-4라는 참혹한 스코어도 있었으나, 그외다른 경기는 대등했다. 중국전의 내용과 스코어도 팽팽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승리'라는 마침표를 찍진 못했으나 우승이라는 다른 선물을 받으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신상우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여자대표팀은 2026년 아시안컵과 2027년 여자월드컵, 나아가 2028년 LA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는 팀이다.앞으로 먼 길을 가야하는 신상우호가 든든한 동력을 얻었다. 일본, 중국과 비기는 수준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와도 해볼 만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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