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권수연 기자)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는 홍원기 전 감독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홍원기 전 감독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직접 팬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는 작별 게시글을 올렸다.
앞서 키움은 지난 14일 홍 전 감독과 더불어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를 동시에 경질했다.
전반기와 더불어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친 현재 키움은 시즌 27승3무61패로 최하위다.
구단 측에서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홍 전 감독을 떠나보냈지만 일각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홍 전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잇따랐다.

홍 전 감독은 지난 2009년부터 키움에서 1군 주루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기 시작, 이후 1군 수비코치와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정식 감독에 선임됐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SSG 랜더스와 격돌했다. 당시 꼴찌 후보로 꼽혔던 키움을 이끌고 상위 성적을 내며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지만 이정후, 김혜성 등이 이탈하며 점차 팀이 흔들렸다.
올 시즌은 외인 타자 2명 체제로 팀을 운영하는 등 대안을 펼쳤지만 뾰족한 탈출구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팀은 홍 전 감독을 비롯한 기존 운영진을 자르고 허승필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앉혔다. 빈 감독 자리는 설종진 퓨처스(2군) 감독이 대행으로 맡게 됐다.
키움은 기존 수뇌부들이 팀 보강에 소홀했다는 꾸준한 혹평과 더불어 최근 이장석 전 키움 대표의 딸이 인턴 채용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안팎으로 여론이 좋지 못하다. 이장석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 실격 징계를 받아 어떤 형태로도 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안고 물러나게 된 홍원기 전 감독은 자신을 응원해준 팀 팬들에게 아쉬우면서도 따뜻한 작별의 말을 건넸다.
홍 전 감독은 "감독실을 정리하다보니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며 "2022년 그 가을 무대에 다시 올랐던 순간엔 정말 전율이 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감독으로서 처음 승리를 거뒀던 날의 긴장과 기쁨, 감독 취임을 공식 발표했던 날의 설렘도 아직 선명하다. 그리고 부산에서 거둔 100번째 승리, 숫자 '100'이 주는 무게와 책임감이 그날 따라 유난히 크게 다가왔던 기억도 난다"고 회상했다.
17년 동안 키움과 함께 했던 지도자 커리어를 돌아본 홍 전 감독은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한다"며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저도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내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팬들을 향한 인사와 더불어 선수들에게 응원을 당부하는 말과, 현장의 코칭스태프를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키움은 17일 오후 6시 30분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주말 4연전에 돌입한다.

이하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전 감독 게시글 전문
안녕하세요, 홍원기입니다.
키움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직접 팬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감독실을 정리하다 보니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2022년, 그 가을 무대에 다시 올랐던 순간엔
정말 전율이 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감독으로서 처음 승리를 거뒀던 날의 긴장과 기쁨,
감독 취임을 공식 발표했던 날의 설렘도 아직 선명합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거둔 100번째 승리.
숫자 ‘100’이 주는 무게와 책임감이 그날 따라 유난히 크게 다가왔던 기억도 납니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코치로 시작해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 이 팀과 함께했습니다.
코치 시절 입단했던 송성문 선수가
이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최근 팬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많은 댓글과 메시지들,
하나하나 직접 답변드리진 못했지만 모두 읽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응원과 따뜻한 말들,
정말 큰 힘이 되었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긴 시간 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늘 퇴근길을 뚫고 응원하러 와주시던 팬분들,
뛰어와 선물을 건네주시던 분들,
그리고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시던 분들까지…
그 마음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 팬분이 직접 만들어 관중석에서 들고 계셨던 ‘원기 매직’이라는 플랜카드,
저를 닮았다고 정성껏 만들어주신 캐릭터 키링, 어린 학생팬들이 감사하다며 건네던 편지들과 선물
그 외에도 수많은 응원과 따뜻한 마음들이
지금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런 팬분들 덕분에 끝까지 힘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합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저도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겁니다.
우리 선수들, 남은 시즌 다치지 말고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도 선수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신 구단 현장 직원 여러들분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사진=홍원기 전 감독 SNS, MH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