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남녀 나란히 '도핑 논란'...신네르와 시비옹테크, 윔블던 정상 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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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5년 7월 15일, 오후 03:15

(MHN 권수연 기자) 이번 윔블던은 그야말로 '우승할 것 같은 선수들'의 우승 향연이었다.

남자부 단식에서는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지난 13일(한국시간)세계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이가 시비옹테크(4위, 폴란드)가 어맨다 아니시모바(12위, 미국)를 1시간도 안되어 6-0으로 완파하고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신네르는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에서만 연달아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아울러 개인 통산 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작성했다. 이탈리아 선수로는 남녀 최초 윔블던 단식 우승 기록이다. 

남녀부 둘 다 일방적인 경기 결과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신네르는 1세트를 내줬지만 연이어 2, 3, 4세트를 따내며 역스윕 승을 거뒀다. 시비옹테크는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상대를 몰아붙여 '베이글 세트(테니스에서 상대에게 한 게임도 주지 않고 이기는 세트)'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남녀부 우승자 양측 모두 대회 직전까지 한 차례씩 '도핑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바가 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8월 도핑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세계 1위 자리를 내줬고, 메이저 대회에서도 도통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는 4강에서 미끄러졌다. 

당시 시비옹테크는 도핑으로 인해 1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멘탈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잔디 코트에도 약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불문율을 깨고 잔디 코트 대회인 윔블던에서 우승을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시비옹테크는 통산 8번째로 하드, 클레이, 잔디 코트 메이저 대회 단식을 모두 제패한 여자 선수 타이틀을 따냈다. 

신네르 역시 도핑 논란에 휩싸였고 징계에서 돌아온지 두 달을 조금 넘겼다. 

신네르는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도핑 양성 반응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별반 출전 제재를 받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신네르는 당시 물리치료사가 사용한 스프레이에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됐으며 "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가 이 주장을 받아들이며 신네르는 별 제약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신네르는 당해 호주오픈, US오픈에 이어 올해 호주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한 발 늦게 신네르의 대회 출전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신네르의 출전 정지는 5월 초까지로 5월 말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 문제없이 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 매체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탈리아 법률팀과 WADA 간부들 사이에 모종의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BBC 취재 결과 신네르의 법률대리인은 WADA 최고 변호사와 징계 합의에 대한 연락을 취했고, 불과 하루 만에 신네르의 출전 정지 처분이 공표됐다. 

당시 신네르는 자신의 초반 판결인 무혐의를 굳게 믿었기에 '왜 3개월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박했지만, 그의 법률대리인인 싱어는 "심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WADA 측은 애초 1년의 징계 기간을 요구했었다. 우리가 그들과 협의하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WADA 측은 1년을 요구하며 법정에 올랐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도핑 테스트에서 두 차례나 걸린 신네르에게 처벌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네르에게 고의성이 없었던 점과 그의 측근들이 저지른 과실로 인해 그가 알지 못했던 점, 약물에 별다른 경기력 향상 효과가 없었던 점을 참작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가지 않고 신네르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BC'는 14일 보도를 통해 재차 이들의 도핑 논란을 재조명했다. 

매체는 "윔블던 사상 처음으로 남녀 챔피언 모두가 도핑 논란으로 인한 징계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그들의 우승 축하 세리머니는 논란 속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네르의 결승 진출에 의문을 표했던 '악동' 닉 키리오스는 자신의 SNS에 독특한 사인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BBC는 "도핑 금지 처분을 받은 신네르가 불과 두 달만에 우승을 거둔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느끼는 엇갈린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신네르와 시비옹테크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네르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저와 시비옹테크는 전날 이 문제에 대해 대화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서로를 더욱 축하하고 있다. 그녀에게도 저에게도 매우 힘든 시간들이었다. 저와 제 팀, 제 주변 사람들만이 그 시간이 어땠는지 알고 있다. 항상 나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 4~5개월 동안 정말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비옹테크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언론이 저를 묘사하는 방식이 유쾌하지 않았다. 그냥 저를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진= 도핑 논란에 휩싸인 ROC 피겨 간판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싱글 쇼트에 출전했다, 연합뉴스 
카밀라 발리예바

시비옹테크에게서 당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TMZ(트리메타지딘)는 협심증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 알려졌다. 이는 심장 혈류를 증가시키고 포도당 대사를 자극해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의 피겨 스타인 카밀라 발리예바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직전에 시행한 도핑 테스트에서 TMZ가 검출되어 러시아반도핑기구로부터 4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약물은 2014년 수영선수 쑨양(중국)에게서도 검출된 약물이기도 하다. 

당시 1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시비옹테크의 도핑 혐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처벌이다. 국제테니스무결성기구(ITIA)가 "시차 적응과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폴란드의 일반 의약품을 복용했다"는 그의 의견을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타 선수들 사이에서 두 사람의 도핑 위반 혐의는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이다.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은 비슷한 사례로 4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항소를 통해 9개월로 감경됐다. 반면,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신네르가 결백하다고 확신했다. 그런가 하면 전 영국 랭킹 1위 팀 헨먼은 "합의라는 단어는 마치 선수와 법 사이에 어떤 협상이 있었던 느낌을 주고, 부정적으로 보인다"며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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