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이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 트로피 시상식에 등장해 수많은 야유를 받았다. 그는 첼시의 월드 챔피언 등극 순간을 무대 중심에서 끝까지 지켜봤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한국시간)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첼시의 우승 시상식에 직접 등장했으나, 관중들로부터 강한 야유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렸으며, 8만 석이 넘는 좌석은 대부분 채워졌다. 월드컵 이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FIFA 주관 대회 결승전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이벤트였고,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이를 더욱 정치적이고도 상징적인 장면으로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시작 약 30분 전, 선수 전용 입구에 인접한 특별 출입구를 통해 비공개 입장했다. 미 연방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은 경기장 곳곳에 배치돼 보안을 강화했고, 일반 관중의 입장은 평소보다 훨씬 지연됐다. 이는 트럼프의 도착과 맞물린 조치였다.
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가 연주 직전, 대형 스크린에 트럼프의 모습이 등장하자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일제히 야유로 뒤덮였다. 이는 단지 경기 전 예열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트럼프가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와 함께 무대에 오르자 또 한 차례 거센 야유가 터졌다.
이날 결승전에서 첼시는 파리 생제르맹(PSG)을 3-0으로 완파하며 창단 첫 클럽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초반부터 공세를 펼친 첼시는 전반 22분 콜 파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이후 파머의 추가골(30분)과 주앙 페드루의 마무리(43분)가 이어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반면 PSG는 후반 초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우스만 뎀벨레가 연속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로베르토 산체스에게 막혔다.
후반 막판 PSG의 주앙 네베스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당하며 추격의 불씨마저 꺼졌다. 이강인은 끝까지 벤치를 지켰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마율루 등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면서도 이강인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5경기 중 4경기에 교체로 출전했으나, 결승 포함 단 한 차례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PSG는 시즌 4개 대회를 휩쓸었지만, 이강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경기 종료 후 인판티노와 함께 트로피와 개인상, 준우승 메달을 전달했다. 리스 제임스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인판티노는 슬그머니 화면 밖으로 사라졌고, 트럼프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고정된 카메라 앵글 안에 머물렀다. 전광판에는 우승 세리머니를 즐기는 첼시 선수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트럼프의 모습이 계속해서 반복 노출됐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내내 VIP석 중앙에서 경기와 시상식까지 모두 지켜봤다. 시상 무대에선 인판티노보다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며, 인판티노가 화면 밖으로 물러난 뒤에도 그는 남아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VIP석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외에도 첼시 공동 구단주이자 미국 억만장자인 토드 보엘리, PSG 회장 나세르 알켈라이피, 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이자 현 폭스 스포츠 해설위원 톰 브래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 유명 인사들이 함께 자리했다. 트럼프 내각에서 법무장관 팸 본디, 교통부 장관 숀 더피,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 등도 동석했다.
트럼프와 FIFA의 관계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욱 공고해졌다. 가디언은 "인판티노 회장은 2023년 미국이 클럽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올해 초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클럽 월드컵 트로피를 선물했고, 해당 트로피는 이후 오벌 오피스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와 인판티노는 월드컵 태스크포스 출범 관련 공개 회의에서도 나란히 앉았고, 중동 순방길에도 동행했다. 이 여정은 인판티노가 FIFA 총회에 지각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반발한 일부 FIFA 회원국들은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클럽 월드컵 결승전은 단순한 축구 대회를 넘어, 국제 정치와 스포츠 권력, 글로벌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복합적 장면이 됐다. 첼시가 트로피를 차지했고, PSG는 고개를 떨궜지만, 경기장 안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반응을 받은 이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