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그레이스‘, 골프 신들이 각본 쓴 동화 같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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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후 07:17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어메이징 그레이스’, ‘골프의 신이 각본을 쓴 것 같은 동화같은 우승 결말.’

그레이스 김이 13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을 제패하자 외신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레이스 김은 경기 막판 한 시간 동안 기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13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을 앞두고 선두 지노 티띠꾼(태국)에 2타 뒤지고 있던 그레이스 김은 4번 하이브리드로 완벽하게 2번째 샷을 쳐 핀 60cm 거리에 공을 붙였고 이글을 잡았다. 티띠꾼이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그레이스 김은 연장전으로 승부를 이끌었다.

그레이스 김의 기적같은 플레이는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18번홀에서 이뤄진 1차 연장전에서 2번째 샷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나머지 물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다. 1벌타를 받고 그린 주위 러프에서 샷을 하게 돼 패색이 짙었던 그레이스 김은 4번째 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이 따르면서 버디를 잡았다. 그레이스 김은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칩인 버디를 기록해 극적으로 연장 2차전으로 향한 그레이스 김은 연장 2차전에서 다시 한 번 4번 하이브리드로 2번째 샷을 했고 이번에는 핀 오른쪽 3.5m 거리에 공을 안착시켰다. 그레이스 김은 이 이글 퍼트도 놓치지 않고 성공해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마지막 3개 홀을 모두 18번홀에서 경기하면서 이글-버디-이글을 기록한 것이다.

LPGA 투어는 “18번홀에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그레이스 김이 동화책 같은 결말을 만들었다. 골프의 신이 각본을 쓴 것 같은 우승”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골프 전문지들은 그의 이름을 유명 찬송가 제목에 빗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날 이글 2개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인 그레이스 김은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하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후 2년 3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따냈고, 우승 상금 120만 달러(약 16억 5000만 원)를 받았다.

그레이스 김은 “1차 연장에서 공이 물에 빠진 걸 알고 정말 실망했지만, 골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칩샷을 했다”면서 “이 샷이 버디로 연결됐는데, 똑같은 샷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2000년생인 그레이스 김은 호주 최고 여자 골프 선수로 꼽히는 카리 웹 장학생으로, 웹이 주는 장학금을 4번이나 받은 기대주였다.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올림픽 골프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1년 호주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한 뒤 프로로 전향했다. 한국 이름은 김시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호주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사하게, 겸손하게 그리고 소중하게’라고 한글로 적어놓았다.

그레이스 김은 “정말 큰 성과를 이뤘다. 올해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 의욕이 식어가고 있었는데,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면서 “전력을 쏟아 부었다.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며 기뻐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24년 만에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공동 3위로 역전 우승을 노렸던 이소미는 2타를 잃어 최혜진과 함께 공동 14위(8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효주가 공동 31위(4언더파 280타), 고진영이 공동 35위(3언더파 281타), 임진희가 공동 38위(2언더파 282타)를 기록했다.

국내파 중 유일하게 참가한 황유민은 전날 공동 66위까지 처져 있었지만 마지막 날 2타를 줄여 공동 49위(이븐파 284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윤이나는 공동 65위(3오버파 287타)에 그쳤다.

그레이스 김이 13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동료들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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