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령(KIA 타이거즈). ⓒ News1
오랫동안 집착해온 고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받아들이자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주전 자리를 꿰차고 연일 활약한 데 이어 데뷔 10년 만에 처음 올스타까지 선발된, 김호령(33·KIA 타이거즈)의 이야기다.
김호령은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나눔 올스타 소속으로 출전했다.
7회초 대수비로 교체 출전한 그는 8회말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캐릭터인 표치수로 분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큼지막한 좌익수 뜬공을 때렸다.
출전 시간은 짧았지만 김호령에겐 의미 있는 날이었다. 2015년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별들의 잔치'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2015년 신인 2차지명에서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은 김호령은, 한때 팀의 외야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다. 빠른 발과 발군의 수비력을 갖췄기에, 타격 능력만 받쳐준다면 경쟁력 있는 중견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데뷔 후 첫 3시즌 동안 줄곧 1군에서 100경기 내외의 출전 시간을 받으며 '준주전급'으로 활약했던 김호령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0년 이후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최원준, 이창진 등이 주전급으로 성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김호령이 타격에서 성장이 생각보다 더뎠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김호령. /뉴스1 DB © News1 김기태 기자
그는 전역 첫 시즌인 2020년 0.232, 2021년 0.208의 타율에 그쳤고, 2023년과 2024년엔 1할대의 빈타에 허덕였다. 보장된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기에, 지난해 팀의 통합 우승의 기쁨도 함께하지 못했다.
김호령은 올해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 그는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올 시즌도 초반에 잘 못해서 힘들었다"면서 "5월쯤 팀에 부상자가 많아지면서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고 했다.
주전들이 줄부상당한 KIA는 중견수 자원이 마땅치 않았고, 김호령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다시 주전 기회를 잡은 김호령에게 이범호 KIA 감독은 "빼지 않을 테니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했고, 이와 함께 타격폼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김호령은 "감독님이 2군 총괄(2021년)에 계실때도 말씀하신 적이 있다"면서 "왼쪽으로 가는 타구 질이 좋으니, 오픈 스탠스에서 크로스 스탠스로 바꿔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호령은 고심 끝에 자신의 타격폼을 고수하기로 했다. 그는 "바뀐 폼이 불편하기도 했고 밀어 치는 게 더 좋다는 다른 의견에 더 마음이 갔다"고 돌아봤다.

김호령(KIA). /뉴스1 DB © News1 김기태 기자
이범호 감독이 1군 감독이 된 올해, 김호령은 결국 폼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는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백지화시키고 제대로 한 번 바꿔보기로 했다"면서 "장타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내려놓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나가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9경기에서 0.284의 타율에 2홈런 24타점 5도루. 지난 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데뷔 첫 만루홈런과 함께 데뷔 첫 멀티홈런까지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김호령은 "몇 년 전처럼 이번에도 처음엔 불편했는데,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 몸이 적응됐다"면서 "꾸준히 경기에 나간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주전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이번엔 올스타전 출전의 기회도 왔다. 같은 팀 최형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되면서, 대체 선수로 김호령이 나서게 된 것.
김호령은 "올스타전은 전혀 생각 못 했는데 감독님께서 '나가 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보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웃었다.

KIA 김호령. /뉴스1 DB © News1 김기태 기자
생애 첫 올스타전을 마친 김호령은 쉴 틈 없이 후반기를 준비한다. 후반기엔 나성범이 복귀하는 등 다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김호령은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생각대로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체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힘이 있을 때 열심히 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KIA는 전반기 '잇몸의 힘'으로 버텼다. 주전 다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2군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1군에서도 제 몫을 해낸 것이 컸다. 김호령을 필두로 오선우, 고종욱, 김석환 등이 모두 '함평(KIA 2군 홈구장) 타이거즈'의 주축이다.
김호령은 "2군에서 다 같이 고생했던 선수들이라 한 명만 1군에 가도 진심으로 응원했다"면서 "근데 다 같이 올라와 함께 잘하니 정말 기분 좋다"고 했다.
그는 "우리들끼리도 잘해보자고 의지를 다졌다"면서 "여기는 1군이지만, 함평이라고 생각하고 긴장하지 말자고 했는데, 다행히 잘 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