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역대급 규모의 자본 유치를 앞두고 있다. 물론 팀의 권력 중심축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니엘 레비 회장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 토트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폴 오키프는 12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대형 스폰서십 계약 성사가 임박했다. 그러나 이 투자 유치는 단순한 자금 확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구단 경영진의 전면 개편이 수반될 예정이며 그 중심에는 레비 회장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토트넘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도 전에 무려 1억 1000만 파운드(213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공격적인 영입에 쏟아부었다. 웨스트햄의 간판 윙어 모하메드 쿠두스를 5500만 파운드(1023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노팅엄 포레스트의 플레이메이커 모건 깁스화이트를 6000만 파운드(1116억 원)에 데려오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중원 핵심 애덤 워튼까지 6000만 파운드 이적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현지 언론조차 “레비답지 않은 영입”이라며 이례적인 투자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BBC는 “짠돌이 이미지로 상징되던 레비 회장이 갑자기 지갑을 열었다”고 전할 정도였다.
이 같은 흐름 뒤에는 막대한 외부 자금 유입이 예고된 상황이 있다. 오키프는 특정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 흐름의 배경에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최근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 내 중동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토트넘도 드디어 본격적인 연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레비 회장의 절대적인 권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오키프는 “레비 회장이 구단에 남을 가능성은 높지만 향후 축구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비나이 벤카테샴이 토트넘의 새로운 CEO로 선임됐고 레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도나마리아 컬렌 전무이사가 전격 사임했다. 컬렌은 1992년부터 토트넘에 몸담으며 레비 체제를 떠받쳐온 핵심 인물로, 그의 퇴진은 단순한 인사 조치를 넘어 구단 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25년 가까이 토트넘을 실질적으로 통제해온 레비 회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온 인물이다. 특히 이적 시장에서는 끈질긴 협상과 막판 뒤집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분위기가 다르다. 빠른 협상, 과감한 투자, 연쇄적인 행정 조직 개편까지 이어지며 토트넘은 명백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올여름 토트넘이 단행하는 선수단·코칭스태프·경영진에 걸친 대대적인 리빌딩은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다. 이는 토트넘이 중대 결단을 내렸다는 방증이며, 구단이 지난 수년간 반복해온 실패의 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구조적 개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