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승리는 바라지도 않는다. 중국 언론이 그저 대패만 피하길 기도하고 있다.
중국 '넷이즈'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축구 대표팀은 총력을 다해서 밉지 않게 져야 한다.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상대로 1-3 정도로 패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이번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국내파 선수들이다. 이전에는 거의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 않던 선수들"이라며 "중국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하며 심하게 욕을 먹었다. 이번에 일본을 상대로 두 골 차 이내로 패한다면 체면이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 중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7일 한국과 중국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치러진다. 남자부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 홍콩이 우승을 놓고 다툰다.
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서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데얀 주르예비치 임시 감독이 젊은 신예들을 중심으로 이변을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곤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A매치 기간에 열린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해외파 없이 국내 선수들로 팀을 꾸린 점도 자신감을 더했다.
실제로 홍명보호는 옥석 가리기 및 실전 테스트에 초점을 맞췄다. 홍명보 감독은 '깜짝 스리백'을 기반으로 여러 선수를 실험했다. 김문환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출전했고, 박승욱도 처음으로 A매치 선발 기회를 받았다. 김봉수는 아예 A매치 데뷔전이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한 단계 수준 높은 움직임과 빌드업으로 중국의 강한 전방 압박을 풀어내며 손쉽게 기회를 만들었다. 선제골도 일찍 터졌다. 전반 8분 이동경이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로도 일방적인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21분 이태석의 크로스에 이은 주민규의 강력한 헤더로 추가골을 뽑아냈고, 후반 12분 김주성의 A매치 데뷔골로 3-0까지 달아났다. 반면 중국은 후반 들어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 사이 얼지니아오(세르지뉴)를 비롯해 여러 교체 카드를 활용했지만, 90분 내내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실력 차이를 절감했다.
사실상 한국 2군에 패한 셈. 중국 팬들 사이에선 압도적인 패배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해설가 리우젠홍도 "한국 축구는 아시아 일류고, 중국 축구는 아시아 삼류다. 이번 경기는 일류 팀(한국)이 정상적으로 잘하고, 삼류 팀도 자기 수준대로 한 거다. 중국의 0-3 패배는 당연한 결과"라며 "한국은 K리그 선수만으로도 중국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중국 내에선 완전히 기대감을 접은 모양새다.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하고 주르예비치 감독이 와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
넷이즈는 "주르제비치는 이반코비치와 달리 더블 볼란치를 사용했지만, 결과는 더 비참했다. 심지어 이번에 만난 한국은 2군이었다. 그러자 언론들의 화살은 감독이 아닌 중국 슈퍼리그(CSL)로 향하게 됐다. CSL의 템포가 너무 느리고 수준이 너무 낮아서 어떤 전술을 사용하든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라고 전했다.
자신감이 완전히 꺾인 중국 축구는 일본전 대참사만을 피하길 바라고 있다. 중국은 당장 지난해 9월 일본 원정에서 0-7로 무릎 꿇었던 바 있다. 2008년 동아시안컵 이후 일본을 상대로 4무 7패에 그치며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주르예비치 감독도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훈련에서 파이브백을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이즈는 "주르예비치는 최근 이틀간 선수들에게 수비를 철저히 하고 공간을 좁히도록 계속 요구했다"라며 "이번 경기에서 일본의 승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골 득실은 3골을 넘지 않을 거다. 중국이 세트피스 기회를 살려 득점하는 일도 가능하다"라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또한 매체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격력이 무섭다. 따라서 중국 대표팀은 수비에 철저히 집중해 7골 대참사의 재발을 방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물론 언제나 공격을 중시하는 주르예비치도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찾도록 격려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홍콩도 일본의 골문을 열었다는 사실은 체력과 태도, 전술이 뒷받침된다면 득점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다"라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