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전독시' 이민호가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 한류스타의 삶, 결혼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 주연배우 이민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스마일게이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공동제작 MYM 엔터테인먼트·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더프레젠트컴퍼니)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작품이다.
총 제작비 약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최근 웹툰에 이어 올해 영화로 재탄생됐으며, 한류스타 이민호, 안효섭을 비롯해 채수빈, 신승호, 나나, 블랙핑크 지수 등이 캐스팅 됐다. 여기에 '더 테러 라이브'(2013), 'PMC: 더 벙커'(2018) 등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고, 쌍천만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했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독일 등 전 세계 113개국에서 선판매를 확정, 해외 관객과의 뜨거운 만남을 예고해 글로벌 흥행 청신호를 알렸다. 한국 영화 개봉 사례가 드문 독일에서도 이례적으로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민호는 극 중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으로 분해 열연했다.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주인공 유중혁은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회귀 스킬을 통해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과 강인함을 가진 인물이다. '강남 1970'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왜 영화 출연이 10년이나 걸렸나?"라는 질문에 "내가 극장을 갈 때는 해소하고 싶은 감정이 있거나, 깊은 이야기를 느끼고 싶을 때인데, 20대 배우보다는 더 깊은 것을 느끼게 하는 배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0대 때부터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개봉을 앞두고 많이 부담된다. 영화는 더욱 더 명확한 평가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세상의 모든 멋진 설정을 모으면 그건 바로 유중혁이 아닐까. 소설 속에서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다. "난 그동안 작품을 하며 한 번도 오글거렸던 적이 없었다. 이번 작품도 오글거리진 않았다. 다들 유중혁이 멋있는 캐릭터라고 하지만, 나는 '멋진 부분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처절한 역할이라 생각했다. 감독님과도 '더 처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안 믿으시겠지만 그간 작품을 하면서 한 번도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작품 설정이 멋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결핍이 많은 역할들을 했는데, 그 모습이 멋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전독시'가 영화화 되기 전부터 '유중혁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꼽혔는데, 앞서 김병우 감독은 "아무리 떠올려도 이민호 석 자 말곤 없었다. 유중혁의 대사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배우는 이민호였다. 존재만으로 장르를 만들고,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스트 샷 하나만으로도 장르를 구현할 수 있는 배우는 한 분 밖에 없었다. 우리의 캐스팅 전략이 그러하면 유중혁은 확실했다"며 신뢰를 보였다.
유중혁과 본인의 싱크로율에 대해 "그게 가장 큰 허들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갖고 있는 원작 속 상징성이나, 의미가 큰 캐릭터로 인지했다. 그런 것에 부합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캐릭터였다. 사실 싱크로율도 내가 판단하기보단 관객 분들이 '이정도면 됐다'는 평가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처음 캐스팅을 제안 받았을 땐 원작을 읽지 않아서 잘 몰랐다. 유중혁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 고민했다"며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그렇지만, 캐릭터에 이민호 개인을 대입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앞으로 속편이 나오면 유중혁은 다음 이야기로 확장돼 더 멋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공개된 영화만 보면 딱히 멋있지는 않는 것 같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민호는 캐릭터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능력치를 표현하려고 체격도 키웠다. "운동을 좀 했다. 내가 '파친코'를 할 때 kg을 많이 찌워놨는데, 그 살을 빼느라 조금 애먹었다. 한 5kg 정도 찌웠고, 촬영을 마친 뒤 5kg을 다시 뺐다"고 얘기했다.
최근 작품을 선택할 때 분량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주로 캐릭터 존재의 의미와 그 이야기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따지는 편이다. 설득력만 된다면 분량은 크게 상관 없다"며 "내 분량은 영화 속에서 거의 탈탈 털어 나왔다. 앞으로 시리즈가 진행이 된다면 더 다양한 유중혁의 정서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파친코' 시리즈를 하면서 확실히 새롭게 채워지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는 여러 갈래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분량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한국 관객들의 선입견인 것 같다. 외화를 보면 '누가 누구를 받쳐준다' 이런 게 없지 않나?"라며 "오래 전부터 분량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20대 때는 (조연) 제안 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못한 것이지 분량을 생각하고 작품을 대한 적은 없다.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조건 1순위이고, 그 안에 의미도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다면 어떤 롤이나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소신을 내비쳤다.
12년 연속 한류스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민호. 20년 가까이 배우로 활동하면서 큰 사건·사고 및 논란 없이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난 그냥 유중혁과 비슷한 생각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내가 해나가는 걸 묵묵히 하는 것"이라며 "유중혁과 가장 닮아 있는 가치관이다. 데뷔할 때부터 '한류스타 이민호'가 돼야지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민호는 "그런 것 때문에 평소에도 불안하진 않지만, 나도 항상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사생활 논란, 이슈) 그건 모두 개인적 감정, 욕구 때문에 일어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조금 더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려고 한다. 결국에는 사생활 이슈나 이런 건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보다는, 그리고 개인보다 중요한 가족이나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무게 등을 생각하고, 더 큰 뭔가를 생각하면서 욕구를 절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결국 뭔가 민감한 상황이다 보니까 언제 그런 이슈가 터질지 모른다"며 "반면, 그런 것들을 늘 신경쓰고 염두에 두면 나 답게 인생을 살아내지 못 한다는 생각도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지만,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절제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Apple TV+ '파친코', 신작 '전독시' 등 요즘 행보를 보면, 주연 욕심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는 중이다.
"도전하는 걸 즐기는 성격인가?"라는 질문에 "원래 기질이 그런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은 늘 하던 거니까"라며 "30대부터는 더 그런 거 같더라"며 "요즘에는 이정재 선배님과 가깝게 지내는데 그가 굉장히 치열하게 몰입하는 걸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살아가면서 몰입하고 치열하다라는 것이 '스스로 굉장한 에너지를 만들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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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