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VVS 만든 톰슨 "미국인이지만 'K감성' 잘 알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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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17일, 오후 03:35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팝 아이돌 그룹은 ‘K’ 정체성과 색깔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VVS 음악과 퍼포먼스에 ‘K 감성’을 잘 녹여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폴 브라이언 톰슨(사진=MZMC)
5인조 신인 걸그룹 VVS(븨븨에스) 소속사 MZMC(엠제트엠씨) 대표인 폴 브라이언 톰슨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인 제작자가 한국인 4명(브리트니, 아일리, 지우, 리원)과 일본인 1명(라나)이 속한 K팝 걸그룹을 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로운데, “K팝이 K를 잃으면 안 된다. K를 잘 녹이는 것이 성공의 주요 포인트”라며 예상보다 훨씬 더 K팝에 진심인 면모를 드러내 인터뷰 시작부터 귀가 쫑긋해졌다.

톰슨 대표는 K팝 업계와 인연이 깊다. 2013년부터 작곡가로 활동하며 여러 인기 아이돌 가수들과 협업했다. 엑소의 ‘러브 샷’(LOVE SHOT), 소녀시대 태연의 ‘파인’(FINE), 강다니엘의 ‘파라노이아’(PARANOIA), NCT U의 ‘7번째 감각’(The 7th Sense), 라이즈의 ‘러브 119’(LOVE 119) 등 다수의 히트곡이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JYP엔터테인먼트(JYP)와 SM엔터테인먼트(SM)를 거친 톰슨 대표는 2019년 음악 퍼블리싱 기업 MZMC를 설립하며 독립할 때부터 K팝 걸그룹 제작 준비를 시작했고, 올해 VVS를 론칭하며 제작자로서의 첫발을 뗐다. 톰슨 대표는 “작곡가로서 성공을 거둔 뒤 자연스럽게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며 “오랜 준비 끝에 VVS를 통해 그 열망을 실현하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VVS(사진=MZMC)
VVS는 지난 5월 힙합, R&B 장르에 ‘K 감성’을 얹어 만든 5개의 트랙으로 구성한 첫 번째 미니앨범 ‘D.I.M.M.’을 선보여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톰슨 대표는 “가장 선호하는 장르인 힙합과 R&B를 팀의 주력 장르로 내세우면서 한국어 가사, 완성도 높은 안무, 화려한 비주얼, 앨범의 스토리 라인 등 K팝의 중요 요소를 충분히 강조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세련된 비트와 강렬한 랩,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VVS의 곡들은 여타 K팝 걸그룹들의 음악과 확실히 결이 다르다. 톰슨 대표는 “멋지고 쿨한 매력을 발산하는 걸그룹을 만들고 싶었다”며 “난도 높은 안무를 소화하면서 라이브까지 잘하는 팀이라는 점이 VVS의 강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데뷔 앨범을 향해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국가는 놀랍게도 브라질이었다”면서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K팝 팬들의 호평에 VVS의 글로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폴 브라이언 톰슨(사진=MZMC)
톰슨 대표는 현재 K팝 업계가 침체기 놓여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5세대 걸그룹 중 블랙핑크와 트와이스처럼 큰 한 방을 갖춘 ‘슈퍼 그룹’이 나오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갈수록 음악과 콘셉트가 획일화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개인적으로는 K팝 성장기였던 2, 3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성공 요인을 다시 분석해 보면서 현시대에 다시 적용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VVS 팀 색깔에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입히고 싶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 정체성을 지닌 K팝 걸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VVS(사진=MZMC)
톰슨 대표는 한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 작곡가가 아닌 영어 강사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작곡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방황하던 시기 1년 동안 한국에서 자체 휴지기를 보내기로 결심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다. 그 시기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 JYP에 보낸 데모 CD를 인상 깊게 들은 박진영의 눈에 띄면서 드라마처럼 한국 활동의 길이 열렸다. 이후 ‘K팝 선구자’ 이수만 또한 톰슨 대표의 남다른 음악 재능을 알아보고 손을 내밀었다.

인터뷰 말미에 톰슨 대표는 “중소기획사에서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에 따른 걱정도 많다”며 “하지만 걱정에 사로잡히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기에, 한국에서 작곡가 활동을 시작했던 때처럼 ‘좋은 음악을 만들면 결국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MZMC를 운영해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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