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로 런웨이 걷는 모델 아내, 흙에서 생명 일구는 농부 남편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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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5년 7월 14일, 오전 05:50

(MHN 김예품 인턴기자) '인간극장'이 흙을 일구는 농부 남편과 무대 위 빛나는 모델 아내가 가족이 된 이야기를 담는다. 

14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농부와 아내'편이 방송된다. 

속리산 자락, 그곳에 특별한 부부가 산다. 푸릇한 정원엔 가을까지 꽃이 지지 않고, 땅에선 보리수, 매실, 딸기, 블루베리 등이 자란다. 누구보다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이곳의 주인은 정호진(72) 씨와 박미향(59) 씨 부부다.

정호진 씨는 한때 신학을 가르치던 교수였고, 인도와 말라위 등지에서 우물을 파고 농사를 가르치는 NGO 활동가로 살아왔다. 이후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5년 전 상주로 귀농해 지금까지 경운기 없이, 비닐 없이 풀 한 포기까지도 존중하는 생명농업을 실천 중이다.

그 곁엔 언제나 23년을 함께한 아내, 박미향 씨가 있다. 미향 씨는 남편이 흙을 일구는 동안, 또 하나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모델’이라는 이름이다. 6년 전, 가슴을 뛰게 만든 그 꿈을 따라 늦은 나이에 런웨이에 선 그녀는 상주에서 서울까지의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지만, 무대 위에 설 때마다 누구보다 환하게 빛난다.

청테이프를 붙인 낡은 작업복을 입는 남편, 도시에서도 눈에 띄는 화려한 감각의 아내. 이들은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듯 보이지만, 어느새 닮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생명을 품은 밭과 자신감을 품은 무대 사이에서 부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여름날, 탐스럽게 익은 매실을 수확하는 부부의 풍경은 영화 같다. 나무 위에서 조심스레 열매를 따는 호진 씨, 아래에서 한 알 한 알 정성스레 줍는 미향 씨. 그 곁엔 장난기 가득한 아들 한솔 씨가 있다. “아버지 어디가 좋았어요?”라는 질문에, 미향 씨는 웃으며 말한다. “해맑잖아.” 백발이 되어도 해맑은 남편, 그 눈빛 하나면 충분하다는 미향 씨다.

두 사람은 23년 전 한 강연장에서 만나 재혼했고, 세 아이와 함께 인도로 떠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최근엔 외국에 살던 딸과 사위도 상주를 찾았다. 장모님과 함께 정원을 거니는 사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미향 씨, 이 작은 장면들이 부부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비가 내리자 땅은 생기를 머금고, 호진 씨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어난다. 그가 손수 깎은 나무 명패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모델 박미향, 농부 정호진.’ 두 사람이 걸어온 삶의 궤적이 그대로 담긴 한 줄이다. 생명을 일구는 손과, 자신을 표현하는 발걸음. 농부와 모델로 살아가는 이 부부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뜨겁고 푸르게 인생을 써내려간다.

한편, '농부와 아내'는 14일부터 18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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