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의힘에 '와신상담'을 권함

정치

뉴스1,

2025년 7월 20일, 오전 07:00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춘추전국 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치열하게 전쟁을 치렀다. 오나라 왕 부차는 장작더미에서 자며 치욕을 잊지 않겠다 다짐했고, 월나라 왕 구천은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되새겼다. 2300여년 전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유래다.

2025년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로 정권을 빼앗기고도 장작더미에 눕거나, 쓸개를 핥는 반성은커녕 패배의 원인과 책임 소재조차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방법론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당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나가보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가 뭘 잘 못했냐" "극우도 국민이고 우리를 지지한다"며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는 후자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41,15%의 유권자를 믿고 흔들림 없이 대선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중심에는 '탄핵 반대 세력, '아스팔트 보수'라고 표현되는 이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41.15%에 탄반 세력의 표심이 들어있는 것도 분명 맞는 말이다. 그리나 국민의힘 지지표의 대부분은당시 이재명 후보를 반대하는 표심이 한데 뭉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국민의힘이 지지율 19%대로 내려 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 지지기반의 일부를 차지하는 극우를 배척하는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대중 정당이고 전국 정당인 국민의힘이 소수 특정 세력에 휘둘려서는 정권을 되찾기는커녕 당세만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아스팔트에서 아직도 계엄선포가 법에 있는 통치행위라고,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외치는 이들을 끌어안는 것이 보수정당의 합리적 정치판단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 맞는다고 편을 들어줄 게 아니라 이들이 합리적 정치 의식을 갖도록 비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 불편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의 과거를 전부 부정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보수와 수구는 다르다. 보수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엄혹했던 천막당사 시절 80년대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유지해 오던 보수정당의 파란색을 붉은색으로 바꿨다. 보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겠다는 상징적 조치였다. 이후 보수정당은 연이어 선거에 승리해 10년가까이 집권했다. 당시 쇄신의 기억이 2025년 국민의힘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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