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TK 의원들, 나라보다 배지 중요…이대로는 혁신 가능성 0%"[만났습니다①]

정치

이데일리,

2025년 7월 16일, 오전 05:30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살리려면 ‘우리 죽겠다’ 하고 운전대를 위원장에 넘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혁신은 하나 마나입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이데일리 DB)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성격과 한계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23년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취소를, 2호 안건으로는 원내지도부·중진·친윤 인사의 22대 총선 불출마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김기현 대표 등 당내 주류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 의원은 윤희숙 위원장이 이끄는 이번 혁신위 역시 성공 가능성이 ‘제로(0)’라고 단언했다. 그는 “혁신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며 “첫 단추부터 이렇게 끼워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원장 재임 시절 김기현 전 대표와 갈등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인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하고 나하고 제일 많이 싸웠던 게 혁신안에 대해 미리 알려달라는 것이었다”며 “미리 알려주게 되면 혁신에 대한 창조성이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해산하는 게 낫다”고 직격했다.

그는 혁신의 핵심 대상 중 하나로 당내 주류인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을 지목했다. “나라와 당보다 자신의 배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당이 혁신하려면 TK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는 물론, 지역구를 서울로 옮기는 험지 출마나 세대교체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밥에 그 반찬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혁명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의 핵심 과제로는 ‘공천 개혁’을 꼽았다. 인 의원은 “나는 당시에 공천관리위원장직을 달라고 했었다”며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투명하고 정당하게, 정확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공천하면 선거는 다 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인적 쇄신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어렵다고 봤다. 상향식 공천제도 등 철저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 의원은 제도적 대안으로 미국이 시행 중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을 제안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제의 한 방식으로, 대선후보 선출권을 소속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는 제도다.

다만, 인 의원은 윤 위원장의 1호 안건인 ‘당헌·당규 내 윤석열 전 대통령 전횡과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한 사과를 새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섣불리 선포한 것도 있지만, 결과를 이미 치른 상황”이라며 “새로운 미래로 가야 하는데, 과거 지향적으로 간다면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이데일리 DB)
다음은 인 의원과의 일문 일답

-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혁신의 철학은 아주 간단하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했던 것처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변화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통합인데, 지금은 당이 전혀 통합이 돼있지 않은 상태다. 세 번째는 희생이다. 지금 당에서 희생한 사람은 거의 없다.

-윤 위원장은 1호 안건으로 당헌·당규 내 사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한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둬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섣불리 선포한 점에 대해 사법부에서 법적으로 이미 다뤄지고 있다. 과거지향적으로 사과부터 하기 시작하면 늪에 빠지게 된다.

-윤희숙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은 게 아니라 불가능하다. 출발 전부터 정해진 혁신위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위 인선 중에서 안철수 전 위원장이 뽑지 않은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내가 위원장이었을 때는 12명을 다 직접 뽑았다. 과거에는 인선에 대해 안 된다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인선 과정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지도부는 전권 부여에 부정적이다

△ 인선도 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전권도 부여받지 않았다. 첫 단추가 이렇게 잘못 끼워지면 고치기도 어렵다. 송언석 비대위원장도 당을 살리기 위해선 ‘우리 죽겠다’ 하면서 위원장에게 운전대를 넘겨야 한다.

-위원장 시절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나

△당시 김기현 대표와 가장 많이 충돌했던 부분은 혁신안을 미리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고 답했다. 모든 결정을 실시간으로 민주주의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미리 알리고 조율하면 창조성이 사라진다. 그런 조건이라면 혁신위는 해산하는 게 낫다.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위원장 시절 TK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했는데

△그분들은 국가와 당보다 본인들의 배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총선 불출마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TK 의원들은 지역구를 서울로 옮기는 험지 출마도 필요하다. 세대 교체를 통해 TK에서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 지역 사람들은 ‘그 밥에 그 반찬’이라며 학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론 어떤 게 필요하나

△불출마를 권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TK 의원들의 세대 교체를 하기 위해서 당에서 공천을 공정하게 하겠다는 혁명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철저한 상향식 공천도, 미국에서 하는 오픈 프라이머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위원장 때 김기현 전 대표에게 공관위원장을 달라고 했었다. 누군가가 칼자루를 쥐고, 엄마·아빠 찬스를 배제한 정확한 여론조사를 통해 사람을 공천을 공정하게 준다면 선거는 다 이긴다. 그렇게 바꾸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든가.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다. 설득은 어떻게 하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안을 만들고 강제적으로 룰을 씌워야 한다. 거부하면 큰 망신을 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완벽한 공천 룰과 함께 이를 어기면 두 번 연속 출마 제한이나 공천 배제 같은 제재가 있어야 한다. 반발이 심해도 위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문제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이러한 드라이브를 걸 사람이 필요한데,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한다면 다들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 전당대회가 열린다

△제대로 된 룰 없이는 이번 전당대회는 ‘깡통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선 전당대회를 열 필요가 없다. 혁신위가 도덕적이고 정당한 내비게이션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면 전당대회는 무의미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가을쯤 열리는 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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