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처벌에 화냈다”…김태효 'VIP 격노설' 사실상 인정

정치

이데일리,

2025년 7월 12일, 오전 09:42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VIP 격노설’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특검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의 진술은 특검 수사의 핵심 의혹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정황을 규명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장은 11일 오후 2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오후 10시경 귀가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의에 별다른 언급 없이 “성실하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해당 회의에서 관련 보고는 없었고, 대통령이 화를 낸 적도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회의 직후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수사 결과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책임이 제외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분노가 수사 외압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초동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죄로 기소됐다. 격노설에 관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의 수사 외압 및 직권남용 혐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차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핵심 참모로 평가된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한 뒤 사건의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수사 결과가 바뀌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영 특검보는 김 전 차장에 대한 조사 이후 “수석비서관 회의 상황과 이후 사건 회수 등에 김 전 차장이 관여했는지 전반적으로 물어봤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토대로 당시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강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윤 전 대통령의 사저를 전격 압수수색해, 그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다. 전날에는 국방부, 국가안보실, 해병대사령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도 포함됐다.

특검은 특히 국방부에서 이 전 장관이 사용한 비화폰(보안 전화기)을 확보했으며,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통해 격노설을 뒷받침할 통화 기록 등을 조사 중이다. 이 전 장관은 회의 직후 대통령실 내선으로 통화한 뒤 해병대에 수사기록 이첩 중단과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앞에서 주민들과 인사하는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과 맞물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려는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친분이 있는 김건희 여사에게 임 전 사단장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른바 ‘구명 로비’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와 수사외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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