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연합뉴스)
체포된 대부분은 한국 국적자로 알려졌으며, 하청업체 직원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회의 참석과 계약 등을 위한 단기 상용(B1) 비자, 무비자로 90일간 머무를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자의 체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됐다는 게 미국 당국의 주장이다.
슈랭크 수사관은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중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사람들’은 주로 중남미 등에서 불법입국해 한국 기업의 건설 현장에 취업한 현지의 제3국 국적 근로자를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된 사람들은 단일 회사 소속이 아니며 여기에는 다양한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 포함돼 있다고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설명했다.
구금된 인원 중 상당수는 폭스턴의 이민자 수용시설로 이송됐으며, 탈수 증세를 보인 일부는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성명을 통해 “양사 임직원들이 구금됐다”고 밝혔다.다만 현대차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구금자 중 현대차 소속 직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한국인 일부가 구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워싱턴 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며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에는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등이 참여했다.
이번 사건은 한미 외교에도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불과 일주일 전 이재명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배터리 산업을 포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건설 중이며,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지아주 정부는 총 76억달러가 투입된 현대차 전기차 공장을 주 역사상 최대 규모 경제 개발 사업으로 홍보해왔다.
이번 단속으로 공사 현장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지 대변인은 “당국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정부와 협력해 직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