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발렌티니 이탈리아 기업·산업부 차관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포럼 2025’에서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양국 간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이탈리아무역공사(ITA),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이 한국경제인협회(FKI),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Confindustria)가 공동 주최했다.

발렌티노 발렌티니 이탈리아 기업산업부 차관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유경 기자)
그는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3F’(푸드·패션·퍼니처)만의 나라가 아니다”며 “우리는 20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산업 클러스터와 공급망을 기반으로 국내외 대기업과 연결된 독특한 산업 모델을 통해 성장한 ‘산업 강국’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국은 인공지능(AI)·반도체 연구개발(R&D), 탄소중립·녹색 전환, 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유럽 1위의 순환경제 강국인 이탈리아와 녹색 기술 선도국인 한국의 만남은 재생에너지·지속가능 제조업에서 분명한 해답을 제시할 것이며 바이오테크·디지털 헬스케어 협력, 그리고 2023년 체결된 우주 협력 협정도 지구를 넘어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무역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협력 강화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렌티니 차관은 “우리가 경쟁보다 협력을 택하고, 함께할 때 개별 경제를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자유무역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교역은 빠르게 확대됐다. 2012년 80억8000만달러였던 교역액은 2024년 126억달러로 55.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이탈리아산 수입은 48억달러에서 77억달러로 60.42% 늘었고, 수출 역시 32억달러에서 49억달러로 53.13%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1인당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제품 소비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이탈리아의 한국 수출 절반 이상이 패션·명품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번 포럼은 양국이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첨단기술과 녹색경제, 헬스케어 분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패널 토론에는 이탈리아의 수출보험공사(SACE), 해외투자진흥공사(SIMEST), 예금대출공사(CDP)와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들이 참여해 디지털 전환, 산업 자동화, 에너지 전환 등 미래산업 전략을 공유했다.
이후 분야별 세미나에서는 첨단 기술(AI, 반도체, 산업 자동화, 로보틱스), 녹색 경제(순환 경제, 에너지 전환), 헬스케어(제약, 의료기기), 인프라 및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항공우주, 자동차, 스마트 모빌리티) 등 4가지 전략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협력 방안 논의가 진행됐다.
올해 포럼에는 이탈리아 기업 29개사, 한국 기업 66개사를 포함해 총 115개사가 참가했다. 오후 진행된 1:1 비즈니스 미팅만 160건에 달해 양국 기업 간 실질적인 협력 확대 기대감을 높였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번 행사는 양국의 역동성과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단계의 경제 관계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시모 페로 이탈리아무역공사(ITA) 고문 겸 이사는 “포럼 준비 초기부터 우리의 목표는 분명했다. 혁신과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양국 경제 관계의 미래 발전에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884년 수교 이후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인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왔다”며 “이제 첨단 신산업분야, 그린순환경제,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분야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이탈리아와의 협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