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앤스로픽, 中기업에 AI서비스 판매 중단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05일, 오전 08: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중국 자본이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기업에 대한 AI 서비스 제공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군사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으로, 러시아·이란·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 기업들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미국 AI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기업에 독자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진=앤스로픽 엑스 계정)


앤스로픽의 한 고위 임원은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중국 기업들이 우회적으로 미국의 최첨단 AI에 접근하는 허점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중국계 기업들에 대한 AI 서비스 판매를 즉각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앤스로픽의 AI 기술을 활용해 중국의 군대와 정보기관에 이익을 주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이번 조치가 민주주의 진영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의 AI 주도권을 굳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뒤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 (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스로픽의 이번 조치는 중국 기업이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에도 즉시 적용될 예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앤스로픽 서비스 에 접속하는 직접 고객·그룹 역시 차산 대상이다.

앤스로픽 임원은 또 “경쟁사에게 일부 사업을 빼앗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올해 초 미국 주요 모델과 견줄 만한 오픈소스 R1 모델을 공개하며 AI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 이후 오픈AI는 딥시크가 R1 학습을 위해 자사 모델에 부적절하게 접근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딥시크는 이 주장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FT는 “이러한 변화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 탈취 시도를 은폐하기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보고와도 관련이 깊다”며 “또한 미국에선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부터 핵무기 모델링까지 군사적 목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법적으로 중국 정부가 요구하면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미국 내에서는 이를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AI 활용 가능성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핵무기 시뮬레이션 등 전략 분야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및 AI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해왔으며,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청문회에서 추가적인 수출 통제 필요성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규제 조치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전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앤스로픽의 이번 조치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챗GPT,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메타 AI 등과 같은 미국계 챗봇 서비스가 공식 차단돼 있어 VPN 등을 통한 우회 접속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중국계 대형 IT기업들의 합법적·간접적 접속 통로까지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AI 상용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명백히 제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상징적 조치여서 더욱 주목된다. 민주주의 진영을 위한 AI 리더십 수호라는 명분과 맞물려 그 의미가 한층 강조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 기업들의 반발과 글로벌 시장 균열로 미중 간 기술 냉전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앤스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직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AI 안전성과 윤리적 활용을 중시한다는 점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번주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1700억달러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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